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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Nov 05. 2024

[늦은 아침 생각] 만일萬一

웅이가 여니에게

‘만일’에는 회한과 희망이 함께 스며있다.
인생을 돌아보면, 만일이 후회가 되고,
인생을 기획하면, 만일이 희망이 된다.

-배철연 <심연> 중-


'만일’은 '만약'과 함께 쓰는 가정법의 어두가 됩니다. 만 가지 중 하나, 만 가지 중 바라는 바와 같은 것이 있다면의 뜻으로 노랫말에도 참 많이 등장합니다. '만일 내가~', '만약에~ 한다면', 'if~then'등 말이지요.


그리고 극작가이자 연기이론의 거장 스타니스랍스끼에 따르면 'if~then' 모든 극화와 드라마의 주요 골격이 된다고 합니다. 인생이 하나의 드라마라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만일' 만나게 되는 것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만일은 가정하여 없던 일에 대한 후회나 일어나기 희박한 일들에 대한 간절한 기복만은 아닙니다. 만일은 바로 "지금-여기"의 자신의 현재 진행형을 받쳐 주는 응원의 소망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나 간 일을 반추하면 쓰라린 이불 킥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 되돌아 봄으로 내일을 그릴 수 있다면 후회가 반성이 되고, 그 반성이 다시 희망이 되어 꽃을 피우지 않을까요.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러디어드 키플링(1865-1936)은 <정글북(>(1894)로 유명한 작가이자 시인입니다. 1907년에는 노벨 문학상도 받았지요. 1985년에 쓴 시 <만일萬一>이라는 시를 함께 나눕니다. 만일, 만약이 미래의 시제가 된다면, 인생을 후회 없이 살겠노라는 의지의 이야기가 됩니다.


오십하고 두세 살이 되어도, 가끔 방향을 잃고 작은 일에 분노하고, 사소한 것에 서운해하곤 합니다. 다시 방향을 다시 잡고 싶을 때 지나간 일이 아닌, 앞으로의 '만일'을 곱씹어 봅니다.


리디아즈 키플링 <만일> (출처=artogmanliness.com)


<만일 (If)>
- 러디어드 키플링 (1885-1935)


만일 네 주변의 모든 이들이 미쳐가고 너를 탓할 때,

네가 이성을 잃지 않을 수만 있다면,


만일 모든 이들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을 신뢰할 수 있고

그들의 의심조차 허용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리는데 지치지 않으며


혹은 너에 관한 거짓말을 듣더라고,

그 거짓말에 무심하고


혹은 네가 사람들의 미움의 대상이 되더라도,

미움에 굴복하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네가 너무 착한 척하거나 너무 현학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면,


만일 네가 꿈을 꾸지만,

꿈을 네 주인으로 만들지 않고,

만일, 네가 생각하지만,

사상을 너의 목표로 만들지 않고,

만일, 승리와 참패를 마주하여

이 두 가짜들을 똑같이 여길 수가 있다면,


만일 네가 말한 진실이

악한들에 의해 왜곡되어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덫을 놓아도,


혹은 네 목숨을 바친 것들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몸을 굽혀 다 낡은 연장으로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만일 네가 얻은 모든 것을 한 곳에 쌓아 놓고

그것을 동전 따먹기 놀이로 그것을 다 걸 수는 배짱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만,

잃은 것에 대해 한 마디로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너의 심장, 신경, 그리고 근육이 오래전에 쇠진한 후에도

이것들을 움직여 네 뜻을 이루기 위해 분투할 수 있다면,


그리고 네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겠지만, 버틸 수 있다면,

예외적으로 그들을 향해 “버텨라!”라고 말하는 의지가 있다면,


만일 네가 대중들과 이야기하면서,

너의 미덕을 지키고

혹은 왕과 함께 지내면서,

서민적인 품위를 잃지 않고,


만일 적이나 친구나 너를 해칠 수 없다면,

만일 모든 사람을 소중히 여기되,

누구에게도 지나침이 없다면,


만일 네가 용서할 수 없는 1분을

60초 멀리 달리기로 채울 수 있다면,

지구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너의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욱이 너는 인간이 될 것이다. 나의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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