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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Nov 01. 2024

[늦은 아침 생각] 시월국화는 시월에 핀다

웅이가 여니에게

시월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

-탁영완 시-


십 년도 훌쩍 지난 어느 옛날 조계사에 들려 한참을 일주문 앞에 머물렀습니다. 시월 국화축제가 한참인 도량 앞에 걸린 한 문장을 무심결 카메라에 담아 두었지요. '시월 국화'는 모든 생에는 다 때가 있다는 말 뜻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여러 해 살이 풀인 국화가 시월에 꽃을 피우고 이내 지는 이유는 작은 꽃 한 송이마저 '한창'일 때 피우고 지는 모습이 다 부처의 뜻이고 우주의 섭리라는 것이겠지요.


이때가 두 번의 통증 발작으로 응급 입원 뒤 병가 휴직을 하게 된 어느 날이었을 것입니다. 흉추인대골화증에 강직척추염을 알게 되어 여러 병원, 한의원, 협진센터들을 돌며 근본 치료를 시작한 때였습니다. 빨리 나아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욕심이 사달을 부른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새로운 치료 방법이라며 한방의 봉침과 약침, 추나요법에 양방의 온갖 신약과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았던 그 욕심. 당시 면역 혈청 주사를 임상단계에서 맞은 것이 지금의 혈액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때에 맞춘 시간과 약간의 손해를 받아들인다면 크게 잃을 일은 없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는 요즘입니다. 보다 완화적 치료를 했더라면 뻣뻣한 허리가 되었을지 몰라도 몸의 순리를 와장창 깨버리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후회가 가득한 성급함이었습니다. 성급은 궁극적으로 나태에 기인한다는 말이 가시처럼 마음에 앉습니다.


화요일 채혈한 종양유전자검사가 어제 나왔습니다. 암수치라고 하는 유전자 수치가 10.5%에서 13.0%로 상승했습니다. 혈액수치 저하로 6주 정도 휴약을 한 이유로 상승 예상했고, 조혈작용이 미진하여 생각보다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은 다행으로 품어 봅니다. 지난번 주치의와의 논의대로 3차 항암제를 투약하고 수혈주기를 당겨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볼 생각입니다.


50:50 확률이 있습니다. 항암의 성공으로 평균수명 85% 기대여명을 얻을 반의 확률. 그리고 실패  골수이식으로 5 여명 30% 기대할 반의 확률. 그래도 야구 수위타자 타율보다, 출루왕의 출루율보다 높은 확률에 희망을 습니다.  인생은 스페셜하니까요.


시월국화는 시월에 피듯 시간의 섭리에 순응하기로 합니다. 조급함이 역설적인 나태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니까요. 내년 시월에는 시월국화를 보러 조계사에 가려 합니다. 그 옛날 시월의 국화가 피고 진 후 새로운 시월국화가 필테니까요.


국화의 꽃말을 아십니까?

빨간 국화, 분홍 국화는 사랑.

노랑 국화는 질투와 실망.

그리고,

하얀 국화의 꽃말은 '진심'과 '감사'.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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