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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스테파노 Nov 29. 2024

[늦은 아침 생각] 감당하다

웅이가 여니에게

삶이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감당하는 것이다.
-<철학의 쓸모>, 로랑스 드빌레르-


인간은 순간마다 선택한다 착각하지만 사실 인간이 선택할  있는 것은 없다고 철학자는 말합니다. 어쩔  없이 일어나는 일을 절망으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희망으로 품어낼 것인가의 감당하기만인간의 몫이라는 것이지요.


출처=네이버 사전


사전의 말뜻이 결기가 있습니다. 견딜 '감'에 마땅히 '당'이라니. 마땅하게 견디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감수하다'는 능동의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이 견디어 내는 수동이라면, '감당하다'는 스스로 마땅하게 여기어 견디어 내는 것이랍니다. 참다, 견디다, 처리하다 등등의 말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 한 단어로 대체 번역하기 힘든 동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감당하다"라는 말의 울림은 깊고도 넓은 파장으로 다가옵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224/117141010/1?mibextid=Zxz2cZ

 ‘어떻게 사는가’는 결국 무엇을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로구나…. -칼럼 본문 중-


책방 주인이 된 최인아 님의 글은 늘 부러운 마음을 감당하게 해 주었습니다. 몇 해 전 가슴에 담아둔 글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다시 꼭 꼭 새겨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조응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인아 님은 오늘이라는 것은 지난날들의 모든 선택과 한  일들을 감당하는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가슴에 내려앉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무언가를 결정하고 예스와 노를 선택하는 일상의 양자선택을 거듭했을 것입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 것도, 해야 되는 일을 하지 않은 것도 모두 나의 결정이었습니다. 그 모든 결정의 자국들은 상처가 되었든 새살이 되었든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입니다.


누군가를 미워해서,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아 벌어진 것들도 감당해야 합니다. 어떤 이를 평가하고 판단해서, 어떤 부류들에게 배척받고 지적받는 일, 또한 내가 감당할 것들입니다. 지난한 병을 달고 살았던 시간들 또한 '만성'이라는 이름표 하나로 감당할 일입니다. 내가 미워하고, 사랑했던, 아니면 타인에게 미움받고 사랑받는 그 시간을 감당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 아닐까요.


시지포스 처럼 매일 감당하는 삶 (출처=Picact)


감당하는 시간들은 그리 좋은 날들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기꺼이 마땅히 견디어 내야 한다는 당위로 품지 못한 날들도 부지기수입니다. 그 시간들이 삶의 주름을 만들고, 그 주름들 틈에 감당해 내었던 일들이 숨어들었을 것입니다. 제법 감당해 내고 살았구나 싶습니다. 아직도 감수할 일보다 감당할 일들이 많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일도 감당할 것들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조금 더 넓게 펴진 어깨와 가슴으로 그것들을 마땅히 견디어 내고, 처리하는 날들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살아 낸다는 다른 말이 되니까요.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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