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생각] 봄과 여름 사이

웅이가 여니에게

by 박 스테파노

푸르러지는 창밖을 한참 바라볼 요령으로 언제나 그렇듯 버스 제일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봄 꽃들은 향기마저 다 거두어 간 자리에 푸른 잎사귀들은 서로 경쟁이나 하듯 푸른 손바닥을 중력을 거슬러 갈 기새로 힘차게 펼쳐 내밀고 있었습니다.

버스 앞자리는 늘 진리

참 오래간만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지난 수년의 봄날을 통째로 날려 먹어 봄과 여름 사이의 이 계절을 근 오 년 만에 맞이해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니 그보다 지난 시간 동안 맘과 몸속에 소용돌이치는 어지럼들로 창밖 한번 내다볼 여유조차 없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진짜와 가짜 사이의 갈등하는 어지러움으로 몸은 몸대로 맘은 맘대로 제 눈을 뜨지 못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진심이라고 믿었던 것이 결국 거죽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무너지는 오금을 경험하고서야 진짜를 보게 된 것이지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요.

넘어지더라도 진짜를 알게 되니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진짜라 생각되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저 푸른 산들에 오버랩하며 가볍게 웃으며 길을 달려 봅니다.


-곰탱이 남편의 어여쁜 아내와 나누는 아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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