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가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사고와 사건은 다르다.
예컨대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이 사고이고 사람이 개를 무는 것이 사건이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고는 ‘처리’하는 것이고 사건은 ‘해석’하는 것이다.
‘어떤 개가 어떤 날 어떤 사람을 물었다’라는 평서문에서 끝나는 게 처리이고, ‘그는 도대체 왜 개를 물어야만 했을까?'라는 의문문으로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게 해석이다.
요컨대 사고에서는 사실의 확인이 사건에서는 진실의 추출이 관건이다.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
사고가 일어나면 최선을 다해 되돌려야 하거니와 이를 '복구'라 한다. 그러나 사건에서는 그것이 진정한 사건이라면, 진실의 압력 때문에 그 사건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
무리하게 되돌릴 경우 그것은 '퇴행'이 되고 만다."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
이번 참사가 '사고'일지, '사건'일까요.
분명한 것은 이전으로 돌아 갈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지요. 복구의 불가능. 이미 사고가 아닌 '사건'으로 사실의 무미건조한 확인의 절차가 아니라 숨어 있는 '진실'의 규명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이라는 재갈을 일찌감치 물려 놓은 위정자들의 행태에 동조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손빠르게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아시나요? 전국민을 허망하게 만든 사건 '세월호 참사'의 경우 국가 애도 기간이 없었습니다. 이번 사건이전 딱 한번의 전례가 있었는데, '천안함 피격 사건(2010.3.16)'입니다. 그런데 애도 기간은 사건이 발생한 후 한달 뒤였습니다.
해외의 경우를 보면, 최근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서거의 애도 기간은 '장례 미사 후 7일간'이었습니다. 모든 장례의 절차가 끝나고 국가에서 공식적인 애도의 기간을 지정한 것이지요.
이태원의 참사는 사건 직후에 발효되었고, 기간도 최장입니다. 혹여나 '정치적'인 꼼수를 여기에 두지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애도'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천안암 선례에서도 '사건'으로 규정하여 진상을 규명하고 전후 관계를 철저히 조사한 후 공식 애도 기간을 가진 것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고'가 아닌 '사건'이기에 그렇습니다. 진실이 덮힌 죽음은 구천에 떠돌기에 그들의 한을 풀어주고, 그 다음 천행의 기도와 애도를 올리는 한국 특유의 정서이기도 했습니다.
느닺없는 것이 죽음이라고 하지만 허망한 젊은이들의 가슴 아픈 죽음에 슬퍼하고 추도하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이대로 '애도 기간'이라는 재갈로 언론과 미디어의 입을 막아 놓으면, 이 죽음은 '사고사'로 끝나고 말지도 모릅니다. 참가한 철부지들의 안전 수칙 위반에 의한 '사고사'로 몰아 가려는 것이 아닐지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지금이야 말로 정치적인 능력으로 위로하고 치유하며 퇴행을 방지해야 할 때입니다. 애도와 함께 철저한 '사건 규명'을 바랍니다.
http://m.tbs.seoul.kr/news/newsView.do?typ_800=6&idx_800=3481820&seq_800=20474497
경찰이 올해 투입했다고 밝힌 137명은 수사 50명, 교통 26명, 지역경찰 32명 등이어서 수사와 교통 외에 질서유지·안전관리 업무에 주력하는 지역경찰은 오히려 2019년(39명), 2018년(37명)보다 적었습니다.
-기사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