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 겨울, 도랑가에서 만난 아이
겨울이었다.
찬 바람이 뺨을 베듯 스치던 저녁,
예배를 마치고 교회 앞을 지나는데
누군가 말하길,
며칠째 같은 하얀 강아지가 여기 근처에서 보였다고 했다.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건 생각이나 결심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한 순간이었다.
교회 앞 도랑으로 내려가 보니
작고 희미한 하얀 형체가
물가에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그 자리에서
그 아이는 조용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눈빛이 없었다.
항의도 없었고,
도움 요청도 없었다.
그저
살아 있는 생이
이제 그만 놓아도 괜찮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는 몸이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 아이를 안아 들었다.
내 품에 들어온 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뼈가 손바닥에 바로 느껴졌다.
살아 있다는 것이 기적이었고,
숨이 있다는 것 자체가 설명되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박스를 준비해
조심스럽게 그 몸을 눕히고
차에 태웠다.
차 안이 조금 따뜻해지자
그제서야
아주 작게, 거의 들리지 않게
“끄응…” 하고 소리가 났다.
그건 외침이 아니었다.
그건 살고 싶다는 마지막 한 조각의 의지였다.
사택으로 돌아와
내가 먹으려고 준비해두었던
닭가슴살과 밥을 물에 말아 주었다.
그 아이는
한 그릇을 단숨에 먹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말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고 싶다고.‘
나는 또 한 그릇을 내밀었다.
그 아이는 다시 먹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아이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기다렸던 것이다.
누군가가 와서
“괜찮아”라고 말해주기를.
그리고 그날,
나는 그 누군가가 되었다.
밤이 깊어졌을 때,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박스 옆에서 전기 히터의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잠들기 직전,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고
박스 속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그 아이도
머리를 천천히 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말하지 않았지만
둘 다 알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이날부터 함께 걸릴 것이라는 걸.
이 아이의 이름은
‘도랑’이라는 뜻에서 ‘또랑이’라고 지었다.
그날,
나는 한 생명을 살렸고,
그 생명은
내 마음의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지금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