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또랑이 연재를 마치고
또랑이 연재 글을 다 쓰고 나니 허전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내게 있는 에너지가 글 속으로 다 빨려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사실 오래전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처음 호기심으로 들어와 뭔가 이루어보려고 했던 그 열정은 어떤 연유로 점점 식어가고 결국 여기도 진정으로 글을 읽어주는 곳이 아닌, 그저 라이킷에 목마른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자꾸 발걸음이 뒷걸음질 쳤었다. 필력이 없음을 남의 탓으로 늘 포장하고 부족한 자신을 변명하는 기술이 여전했던 것 같다.
사실은 네이버블로그의 이웃들이 더 친근해 보인 부분도 있었다. 거긴 고정 이웃들이 있어 여러 얘기를 주고받으며 때론 비밀 공간에서 속마음 털어놓고 얘기도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다가 우리 사랑하는 유기견 또랑이를 보내고 나니 마음을 추스를 길 없어 그냥 쫓기듯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네이버블로그는 내 맘대로 아무 때나 써도 돼서 불규칙적이라 글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나 같은 사람은 열정이 금방 식어버려서 끝까지 잘 갈 수가 없는 단점이 있어 다시 옛 고향을 찾은 듯 브런치 대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그래서 다시 돌아왔다. 그래, 연재를 하자.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들어와서인지 초반 서문과 1화를 연재에 넣지 못하고 2화부터 연재에 들어갔다. 그리고 일주일에 4화 정도로 3주 만에 끝내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랑이 글만 3주 동안 총 12편을 썼다. 가능하면 감정을 숨기고 마음을 압축하면서 쓰고 싶었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어쨌든 연재는 끝났고 한 편의 단행본 책자같이 브런치북으로 재탄생했다. 참 별거 아니지만 감사할 일이다. 또랑이도 좋아할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필력의 퀄리티를 떠나서.
저녁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려다 맞은편 아파트 뒷길이 보여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 또랑이하고 늘 산책하던 자리. 가을빛은 저물었고 붉은 기운과 차가운 기운이 섞여 스산함이 더해지는데 가슴에 커다란 허전함이 물밀듯 밀려들어왔다. 바로 그 자리. 또랑이가 걷던 그 길에서 눈을 들어 날 쳐다보던 하얀 모습. 절뚝거리는 다리를 들고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 거기에 그가 있었다. 가만히 그 앞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또랑아, 집에 언제 오려고?‘
녀석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꾸만 멀어져 그 좁은 길로 가고 있었다. 멍하니 길의 끝을 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길을 녀석은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저 외로운 길을 같이 걸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사랑은 자리를 옮겨 앉는다고 했는데 지워지지 않은 그 애틋함이 아직도 내게 있는 것 같다. 집에 들어와 책장 위를 보니 녀석의 머리카락을 분수머리로 묶어주던 고무링과 녀석에게서 빠진 머리카락이 고무링에 붙어있었다. 또랑이 냄새가 났다.
예전 같으면 버려야 할 쓰레기로 여겼겠지만 그 냄새가 그리워 그걸 녀석을 화장하고 스톤 두 개로 만들어 포장한 보자기에 함께 쌌다. 화장 후 뼛가루나 스톤은 물론 그에게서 나온 몸의 일부이긴 하지만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그 작은 고무 링과 거기 뭍은 머리털이 너무 귀하게 보였다. 아직도 난 녀석을 보내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시간은 병도 주지만 약도 준다. 자꾸만 멀어져 가는 기억 너머, 이제는 상실은 추억의 방으로 옮겨가고, 허전함은 그 공허를 바쁜 현실의 삶으로 채워갈 것이기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김경욱 작가의 ‘동화처럼’이란 책을 읽었다. 읽고 나서 동화가 현실 같고 현실이 동화 같았는데. 바로 사랑이 고픈 사람들의 ‘성장통’에 관한 소설이었다. 왜 우린 사랑을 쫓아갈까. 왜 사랑이 고플까. 사람들은 서로를 사랑한다지만 ‘너’와 ‘너의 사랑’을 구분 못해 힘들어한다. 사랑이 필요한데 ’내가 있는데 왜 그래?’라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 사랑도 떠나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또랑이와 이별을 하면서 시간이 우리를 멀게 하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올라왔던 게 그것 때문이었나.
오늘도 시간이 흐른다. 시간은 기억과 추억을 쌓는다. 겨울이 눈앞에 왔다. 또랑이를 처음 만난 날도 며칠 안 남았다. 그날 눈이 올지도 모르겠다. 첫눈이 오면 좋겠다. 11.26일. 첫눈이 오면 또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없이 사랑도 계속될 것 같다. 조선의 어떤 선비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고. 내가 사랑했던 또랑이. 난 그의 진면목을 봤고, 그래서 더 사랑했다. 올해도 12월이 되기 전에 눈이 올 것 같다. 그러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