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스럽다!

아내의 얼굴

by 태산박


전에는 안 그랬다.

얼굴도 화사했고 아름답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쁘장했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지금은 상당히 위험한 표현이다. 말하면 욕만 얻어먹는다. 놀리냐고.

그러면 아름답다고도 못하고 예쁘-다고 표현하기도 그렇다.

내가 애들이냐고. 속으로는 좋아할 것 같은데 아니란다.

또 표현을 바꾸어서 얼굴에 ‘파리가 낙상하겠다, 번쩍번쩍 빛난다’고 하면 가만히 잘 있는 얼굴에 주름 생기게 만드냐고 불만이다. (화장품 때문인걸 인정)

‘곱다’고 하면 그런 소리는 나이 들어가는 소리란다.

그럼 도대체 어쩌라고??


그런데, 또

가만히 있으면 남자가 표현을 할 줄 알아야지 무심하다고 한다.

아니, 수많은 표현을 했는데 안 했단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저런 얼굴에는 어떻게 표현해야 제격일까.

세상에 아내의 얼굴을 두고 ‘표현방법의 연구’를 한 것도 논문도 아니고 참 이렇게 괴로울 수가 없다.

수많은 한글 단어들, 가장 좋은 표현을 시인들은, 소설가들은 아니, 강남제비들은 어디서 주워 와서 잘만 표현하던데 막상 내가 나서면 어디로 다 숨어버리고...


‘잘 생겼다’고 하면 그런 기본적인 사항은 말할 필요도 없단다. 교만이 하늘을 찌른다.

‘절세미인’같이 생겼다고 하면 내가 기생 같냐고 한다.

‘클레오파트라’ 같다고 하면 내가 그렇게 서구스럽게 생겼다고 사람 볼 줄 모른다고 한다.

아, ‘양귀비!’ 하다가 입을 막았다. 아내가 짜장면을 싫어한다.

아, 탕웨이 해볼까? 그거나 그거나...

또 뭐가 있더라.

그래, 맞아 진짜 이것은 가두리 양식장이다.


‘곱상하다!’


이거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자기가 무슨 요조숙녀고 애들인 줄 아느냐다.

정말 어렵게 굴려서 찾은 건데.

사실은 그거 맞지 않은 단어다.

사전 찾아보니 ‘얼굴이나 성미가 예쁘장하고 얌전하다.’는 뜻인데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다.

얼굴도 성미도 예쁘장도 얌전도 아니다.

그럼 뭘까?

‘귀엽다, 사랑스럽다...

아 맞다. ’ 사랑스럽다!‘다.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랬더니 어떻게 사람이 얼굴을 보고 사랑스럽다고 말하냔다.

그러면 어디를 보고 사랑스럽다고 표현하냐고 되물었다.

팔뚝을 보고? 다리를 보고? 배를 보고? 손발을 보고? 바로 얼굴 아니냐고 나도 세게 나갔다.

그랬더니 ’ 마음을 보고 ‘란다.

또 그렇게 말하니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럼 이런 표현은 어떨까?


“미모가 장난 아니다”


솔직히 의미 없는 말이지만 어쨌든 아주 부드럽다.

’ 장난 아니다 ‘는 표현은 ’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는 뜻이므로 정말 제격 아닐까?

어차피 지금까지 말로 표현이 안되었다.

그런데 그냥 말로만 할걸, 해설까지 곁들였더니

’ 말로 표현도 못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고 한다.

나도 뭐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내가 생각할 때 거의 좋은 단어는 다 나왔다. 그런데 뭘 요구할까?

아하, 영어로 표현해볼까?


뷰리풀, 원더풀, 소 큐트, 아도러블, 프리티, 러블리, 핸썸...


그런데 그런 건 괜찮긴 하지만 영어라 한글 고유의 정서가 없고 받아들이는 측면에서 별로란다.

그럼 도대체 뭐냐고? 슬그머니 화가 났다.

국어대사전에 있는 온갖 좋은 표현 다 끄집어 내도 아마 불만일 것이라고 했다.

꺼내보란다. 더 이상 생각이 안 났다.


그래서 여자는 여자가 잘 안다고....

컴퓨터 열심히 하고 있는 딸내미한테로 갔다.

이미 옆방에서 대화를 다 듣고 있어서 내가 무슨 표현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는 투다.

머릿짓을 하며 들어오란다.ㅋ 살짝 문을 닫았다.


“아빠, 정답이 뭔지 알아?”

“뭔데? 내가 좋은 건 다 끌어와봤는데 안 통한다. 안 통해!”

“그래서 마음으로 끌어와야 해”

“마음으로? 명상하면서? 인력 끌어오듯이?”

“명상은 무슨 명상? 아주 쉬운 거야!”

“그게 뭔데?”

“부사를 하나 집어넣어야 해여”

“아하 부사? 그게 뭐지?”

“가장”

“가장? 내가 가장인데?”

“아니, 그 가장 말고 더 베스트!, 더 모스트!”

“아하, 더 베스트? 더 모스트?”

“한번 해봐”

“더 모스트 뷰리풀?”

“아빠, 왜 그런지 알아?”

“왜?”

“엄마가 TV 보다가 송혜교를 보고 누군가가 ’더 모스트 뷰리풀 페이스 인 더 월드‘라고 했어.

엄마가 송혜교를 좋아하거든?”

“고뤠?”

“그게 엄마 얼굴에 통할까?”

“그럼!! 해봐!”


다시 거실로 나왔다. 약간의 웃음기를 띠면서...


“오우, 더 모스트 뷰리풀 페이스 인 더 월드!!”

발음을 비틀어서 했다.


쏘(so) 궁금했다.

.

.

.

.

.

.

.

“시끄러!”



딸내미 방에서 폭소가 터졌다. 젠장!



정답은 ’ 가장 송혜교스럽다 ‘였다.

유사어 '가장 송혜교처럼' 가장'송혜교같다' '가장 혜교스럽다'

볼까 두렵다.






[연재] 막간을 이용해서…

타이틀 이미지 : F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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