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나고
오늘날 다문화 심리학을 연구하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홉스테드 차원들( Hofstede's Dimensions)'이라는 것이 있다. 1960~1970년대에 걸쳐 네덜란드 사회학자 홉스테드는 IBM 유럽 본사의 인적자원 담당부서에서 의뢰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각 나라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어떻게 협업하는지, 상급자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지 등을 지수화하여 표현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에 권력간격지수(PDI)라는 것이 있다.
권력간격지수란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낸다. 이를 측정하기 위해 홉스테드는 "직원들이 관리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또한 조직이나 집단 내에서 권력이 약한 구성원이 권력이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있음을 인정하거나 혹은 그렇다고 짐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이 많은 사람이 얼마나 존중받고 또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그리고 "권력층이 특권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같은 질문을 추가적으로 제시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지수가 높으면 권위적이고 낮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홉스테드는 자신의 저서 "문화의 결과(Culture's Consequence)"에서 권력간격지수가 낮은 나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권력은 그것을 가진 사람이 부끄러워하고 은밀하게 행사해야 할 그 무엇이다.'
나는 스웨덴(PDI가 낮은 나라)의 한 대학교 교직원이 권력을 행사하려면 권력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도자가 격식을 차리는 모습보다 그 반대의 모습을 더 노출시키고자 한다. 오스트리아(PDI가 낮은 나라)의 수상 브루노 크레이스키(Bruno Kreisky)는 종종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는 1974년에 네덜란드(PDI가 낮은 나라)의 수상 욥 덴 윌(Joop den Uyl)이 포르투갈에서 캠핑카를 타고 캠핑장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권력자들의 이런 모습은 PDI가 높은 벨기에나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거의 보기 어렵다" -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PDI 지수가 낮은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행복이다. 권력을 가진 자도 행복하고 국민들도 행복하다. 권력은 하늘이 준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 새롭게 권력의 심장부로 들어간 당선인을 바라보며, 그에 대한 선입견이 제거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PDI 지수를 생각해 보았다. 매스컴에 쉼 없이 오르내리는 우리나라의 비틀어진 권력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PDI 지수가 낮은 나라들이 부러워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타이틀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