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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산박 Jun 30. 2022

빗방울들의 여행

출근길에서


출근길. 비가 많이 온다.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도 들린다. 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바람이 비와 만나 요란스럽다. 우연히 전철을 기다리다 만난 빗방울들. 이루마의 'Kiss the rain' 음색이 이미지가 되어 눈가에 어른거린다. 이미 소리는 귓가에서 맴돌고 넓게 퍼져나간다. 눈을 감고  소리 없는 소리를 음미하다 문득 눈앞에서 소리치는 그들을 만났다. 튀는 놈들, 나는 놈들, 부딪치는 놈들. 그중에 걸린 놈들도 있다. 놓칠세라 얼른 잡으려고 들이댔다. 내게  좋게 걸린 놈들. 녀석들은 땅에 떨어지기 싫었던 거다. 그러면 그냥 사라지니까. 그래, 내게 보여주려고 너희들은 지금까지 하늘을 날았던 거야.



구름 속에서 다툼이 일었지.

뭔가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네가 순서를 참지 못하고 땅을 향하여 몸을 던졌던 이유가 뭐였을까? 너를 받아줄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있는  알았겠지. 하지만, 너와 같은 동류가 떨어지는 유성만큼이나 많다는 것을 세상에 나와서야 알았고, 그들 모두  경쟁자라는 것을 알았지. 그래서 너는 마치 카누 선수가 앞만 보며 죽을힘을 다해 노를 젓는 것처럼, 너도 질주, 질주, 질주를 했어. 그런데, 너는 순간적으로 마치 파라슈터가 잡아당긴 줄에 문제가 생겨 낙하산이 펴지지 않음을 직감한 것처럼, 커다란 위험을 느꼈어. 땅은 바로 끝이었거든. 그래서 네가 선택한 것이 바로 여기였어.



고통의 산물인 진주처럼 만들어진, 너를 내가 볼 수 있어서 좋다. 맞아. 진주가 긴 고통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면, 너는 순간의 집적된 위험과 마주한 고통이었어. 그 고통의 끝은 네가 그토록 원했던 맑고 깨끗한 세상을 담는 거였어. 그래. 네 안에 그런 세상이 있구나. 하지만 네가 꿈꾸는 그 세상은 고통을 통과한 자만이 볼 수 있는 세상인 것 같아. 잠시 동안이겠지만, 영롱한 진주처럼 빛을 발하는 너는 아무에게나 보여주기 싫었던 거구나. 그래서 그 아래에 꼭꼭 숨어 있었던 거야. 내가 너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너를 알아채지 못했던 거지. 인생도 그렇단다. 너처럼 잠시 왔다가 뭔가 보여주려고 애쓰다 그냥 사라지는 것이 바로 인생이거든.



그들은 이제 하나씩 땅으로 사라져 갔을 것이다.

마치 우리 사랑하는 강아지 미미가 마지막 호흡을 거칠게 몰아쉬었던 것처럼. 남은 것은 애끓는 슬픔과  아쉬움. 맞다. 영롱한 그것은 바로 찰나의 아름다움이었다. 강아지로 태어나 인간 사람에게 정을 주고, 사랑을 나누었던 많은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만들어진 결정체가 , 너에게서 지나간 사랑을 보았다. 마음의 방에서 움츠린 추억을 읽었다. 슬픔이 흘러내린 눈동자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환희를 보았다.  환희는 너처럼 하염없이 내리는  친구들을 징검다리 삼아, 하얗게 웃으며 하늘 향해 올라가는 작은 아이.  녀석이 희미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했던  녀석이.






이미지 출처 : iPhone12 직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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