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동계

운동학 노트: 골프공과 물방울 1-2

by 박하우주


사실, 수영과 골프를 나는 같은 궤도에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 역시도 다른 이와 마찬가지로 골프를 통해 작은 인생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골프를 시작하고서 곧바로 클럽을 내려놓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무조건 정복욕이 생기게 돼버리는 걸까.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해답을 찾고자 노력했으나 '답은 없다'이다.

그런데 부상을 핑계 삼아, 오랜만에 수영장에 들어간 것은 '사건'이 되었다.

전국 마스터스 대회에 메달리스트라는 경력이 무참하게도, 수영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은 원점으로 돌아간 듯 반성의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사고의 전환점 위에서, 넘지 못했던 허들을 뛰어넘게 된 느낌을 받았다.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은 어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친수성 포자는 자연스럽게 물과 어울렸다.

무작정 영법들을 갈기지 않고, 천천히 내 동작을 살펴보게 되었다.

아마도 골프 연습에서 생긴 습관일 것이다.

놀랍게도 8년 전엔 어렵기만 했던 동작들이, 물 흐르듯 풀려나갔다.

나는 숨이 멎는 줄도 몰랐다.

새어 나오는 뽀글거리는 물방울조차 내 시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가슴 깊게 공기를 꾹 눌렀다.

유레카라고 해야 할지, 민망할 뿐이었다.



골프를 쉬운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지구상에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자연에 처한 모든 상황은 온전히 내 몫이고, 기술적 가르침도 자기화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골프에서의 힘을 빼야 하지만, 주고 있어야만 하는 느낌.

손과 팔로 억지로 치려고 하지 말아야 하는 느낌.

적당히 딱 들어맞게 되는 타이밍을 알아야 하는 느낌.

이런 많은 느낌들은 기본 동작 속에서 나만의 법칙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정작 핵심 동력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걸까?

바로, 복근과 등 근육이 그 원천이라 생각한다.

그 힘의 원천으로 꺾인 각도를 잘 유지한 이 꽈배기의 탄성은, 강력한 회전과 순간적인 지면 반력으로 폭발된다.

그런 것들은 수영에서도 통한다.

오로지 힘만으로는 안 되는 모든 것들이, 어째 수영과 골프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물의 저항을 이겨낼 힘이 더 필요하고 곧바로 감속이 된다.

그래서 억지로 물을 당기거나 차도 안된다.

또한 몸통에서 팔다리로 퍼지는 타이밍이 잘 들어맞아야, 물과 싸우지 않고 앞으로 잘 나아가게 된다.

너무 하체를 방향 따라 돌려서도, 아니면 그 회전이 없어서도 안된다.

수면 위, 단단히 뻗은 하체는 '다리 털기'를 위한 묵직한 탄성을 품고 있다.

그 힘은 한 번에 앞으로 쭉! 물을 회초리처럼 쳐서 밀어내 버리고 절묘한 타이밍을 장착한다.


이렇게 골프로 인해, 수영조차 한 단계 위로 올려놓게 되었다.

예기치 못한 깨달음에 그동안의 시간들이 헛된 게 아님에 감사하다.

갑자기 소소한 것에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이렇게 글로 쓰자니, 말은 참 쉽다.

'상상이 현실로'라는 전통 있는 광고 슬로건처럼 골프란 것은 실제 그렇지 못하다.

이 복잡하고도 미묘함이 인생에 비유되는 데에는 다 그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내가 경험하고 배웠던 내 근육에 얹힌 감정들을 나다운 서사로 남겨두고 싶다.

그것들을 글로 표현하는 것으로, 기억에 남겨두고 싶은 감정들이 있다.

무엇보다 이 두 운동은 나의 오감을 깨우는 도구이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수영.

살아내 보고자 시작했던 그 발버둥은, 어느덧 엘리트 선수만큼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몰두하게 되었다.

삶의 경계에서 다시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질 찰나,

막상 물속에서 나는, 어이없게도 살고자 숨 쉬는 것을 택한 나를 깨달았다.


그래서 일과가 끝나면 나머지 모든 시간을 물속에서 보냈고, 나도 놀랄 만큼 삶은 활기차게 변하게 되었다.

눈앞에 가려진 세상에, 나는 내가 그토록 몸으로써 이뤄내는 데에 경쟁구도를 취하는 '나'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니, 그냥 덮인 채로 살았던 게 맞는 것 같다.

물고기처럼 가볍게 물 분자 사이사이를 가르는 그 느낌과 0.01초라도 줄여 나가는 목표에 투지를 불살랐다.

그 결의의 불꽃은 골프에 옮겨붙어 버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소중한 자격 하나를 얻게 됐지만,

그렇다고 내가 누굴 가르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골프에서만큼은 항상 익은 벼가 돼야 함을 잘 알고 있기에.

공에 이니셜을 새기면, 나도 함께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이 손맛에 중독되어 또 클럽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홀을 마무리할 때마다, 나에게 반성과 칭찬을 각인시키며 새롭게 다음을 준비하게 한다.



아무리 의도치 않은 실수라고 해도, 나조차 나를 용서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작은 마음은 펼쳐 놓을 수 없어, 항상 더 높은 곳만 바라보며 뒤돌아볼 틈 없이 숨 가쁘게 채찍질하며 살았었다.

겨우 이제야 알게 됐다.

내일은 또 어떤 날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다음 홀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수영과 골프는 나를 중심으로 도는 두 개의 작은 스포츠 위성처럼 조용히 자리 잡았다.

보잘것없는 수레바퀴일지 몰라도, 그 위에서 달려보려고 한다.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는 운동인으로서 살아보고 싶다.


그 깨달음의 감동이 오래도록 내 안에 살아 숨쉬기를.


오늘도, 첨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