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익 Feb 17. 2022

사랑의 이해(민음사, 이진혁)

함께 일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떤 느낌일까. 매일 같은 일을 하며, 서로 밥을먹고 어쩌면 하루중에 절반을 보내는 직장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좋을까? 아니면 불편할까? 다양한 사람이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모여있는 사회에서 남녀간에 싹트는 애정은 어찌보면 당연한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다른 업무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지내는 이야기. 그리고 그 사이에서 미묘하게 벌어지는 신경전 혹은 눈치싸움. '사랑의 이해(저자_이혁진)'은 바로 은행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이 다르고, 이 다름으로 인해 주저하게 되고 눈치보게 되는 이야기들. 내가 너를 좋아하지만 이게 정말로 좋아하는건지 아니면 네가 가진 조건에 타협하려는 내 욕심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물들.


내가 너를 좋아해. 나는 니가 좋아. 나는 너를 사랑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지만 표현방식은 다르다. 표현 방식도 다르고, 엮어가는 과정도 다르다. 상처받기 싫어 스스로를 속이기도 한다. 상처주기 싫어 타인에게 거짓 웃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비단 주인공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타인에 대한 뒷담화. 직장인들 술자리에서 취기를 핑계삼아 하는 예의없는 발언들.  모든것이 낯설지가 않다. 아마도 내가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라서 그런걸까.


마음 먹은 대로 솔직하게 상대에게 표현하면 사귐이 그렇게 복잡하고 골치아플 리는 없을 것이다. 허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 의사와 무관하게 상대의 과거를 알게 될 수도 있고, 해명이라고 하지만 믿어주지 않는 억울한 상황도 왕왕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받고 상처주고 다시 사랑하는걸 어리석게도 반복하게 되는것일 수도 있다.


마치 엇갈리는 사랑의 작대기처럼, 내가 원하는게 그에게 없고 그가 원하는건 내가 없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마음은 생길 수 있다. 애써 무시하고 마음의 크기로 상대를 품으려 노력하곤 한다. 마음에 걸리지만 '그것 쯤이야 꼭 필요 없어도 돼' 라고 주머니에 꾸깃꾸깃 아쉬움을 집어놓고 관계를 지속한다. 어느새 쭈뼛 튀어나온 한켠의 걱정뭉텅이가 눈앞에 튀어오르는 순간 생기는 갈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골치가 아프기도 하다.


끝까지 자신을 속이며 '아니야 아니야, 난 너를 사랑해' 하곤 있지만 이미 상대방은 나의 고민을 눈치 채고 애써 담담한척 하는 걸 수도있다. 서로가 속이고 속고 나중에는 자신의 마음까지 속이는 상태가 되어서야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게 맞은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은행원의 삶을 다양한 작중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주는게 인상깊었다. 청춘남녀들의 감정흐름과 더불어서 사회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또다른 이야기는 내 점심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흡입력이 있었다. 적당히 냉소적이고 놀라울치 만큼 사실적인 대화들이 어쩌면 내가 고민해봤던 문제들을 엮어 놓은 것만 같았다.


사랑에 완결이 있을까. 조금씩 아쉬움을 남기고 빛바랜 과거들이 빗물에 번지듯 엔딩에 스며들어 있다. 모두가 다른상황에서 다양한 가치관이 '사랑하고 사랑받고싶다'는 하나의 명제 안에서 어떻게 엉켜붙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책을 덮고 나니 뜬금없이 류시화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것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