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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Oct 21. 2018

숙제

오만불같은오백불

내 마음속의 숙제가 하나 해결된 날이다.  


내 오랜 친구가 하나 있다.  미국 와서 처음 다닌 대학교 분교, Penn State Ogontz Campus 다닐 때 만난 친구이다. 생각해보면 정말 가난하고 힘들 때 만난 친구이다. 맥도널드 햄버거 하나 사 먹을 돈이 없어 프랜치 프라이만 주문해서 먹곤 하던 시절.  그 친구는 형, 동생도 있고 부모님도 건강하지만 그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고, 그래서 휴학을 밥 먹듯이 하면 알바를 해야 했다. 데이트 한번 할 여유도 없었다. (뭐.. 나도 그랬지만..)  결국은 학교를 끝내지 못하고 일선으로 뛰어들었다.  내 결혼식 때 하루 휴가를 받아 처음부터 끝까지 날 도와주고, 허니문 가서 쓰라고 그 친구 한 주의 주급이었던 오백불이란 거금을 내 바지 주머니에 찔러 주었다.  그 돈이 내가 허니문에서 쓸 수 있는 전 재산이었다.  그렇게 눈물겨운 친구이다. 


거의 십오 년 만에 병원으로 연락이 왔다. 그놈은 Wallgreen이라는 drug store chain에서 스토어 매니저가 되어 있었고 치과를 찾다가 내 이름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렇게 재회를 했다. 내가 그놈의 완전 맛이 간 치아들을 책임 줘 주기로 하는데.. 내 스태프들한테 이야기했다. 이 친구의 copay는 무조건 zero라고.  보험에서 나오는 돈만 받고 나머지는 내가 이미 받았다고..   그렇게 크고 긴 공사가 시작되었다.  

스토리는 이렇게 끝이 났어야 했다. 해피앤딩으로..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임플란트를 하나 둘 시작하니 보험은 별 도움이 안 되고 비싼 재료는 끊임없이 들어가니 내가 은근 본전 생각이 많이 났나 보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치료가 생각보다 많이 길어지니까 재료값으로 얼마 정도는 예상하라고..  한 천불 정도?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서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Can we stop the treatment for a while?  I am under little financal pressure these days."  

치료를 잠시 중단할 수 있을까?  요즘 좀 쪼달려...


뜻밖의 대답에 잠시 당황했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주었는데 그것 조금 보태지 못하냐.... 하는 서운함이 내 속에 자리 잡았던 것 같다. 그런 일이 있고 이 친구의 발걸음이 끊어졌다. 기공비만 몇백불하는 어금니 하나는 이미 와 있는데..  스테프에게 다시 예약을 잡으라 말을 했지만 그 친구는 오지 않았다. 생각만 하다 오 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고 내가 아는 이 친구는 그 정도의 돈을 자기를 위해서 쓸 여유가 없었다. 그 친구의 사정은 내가 잘 아는데 내가 그런 말을 내뱉다니, 내가 너무 한심해서 화가 날 정도였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친구의 생활은 바뀐 것이 없었다.  내 환경은 무척이나 많이 변했는데.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둘이나 있는데. 아직 하나도 변하지 않는 그 친구의 사정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 당시 오만불 같은 오백불을 난 잊어버리고 있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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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오늘 다시 날 찾아왔다.  먼저 연락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말을 한다. 너무 바빴다고. 그동안 몰라보게 황폐해진 그 친구의 잇몸상태를 보니 지나간 오년의 세월이 훤히 보인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우린 치아, 잇몸 컨디션으로 그 인생이 보인다..  이러다 멍석 깔것 같다..)  오년이 지났지만 조심해 보관해 놓았던  그 친구의 어금니가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잊어버리고 있던 내 소중한 친구, Joseph Kim..  뭐한다고 그동안 찾아보지 못했는지.  미안하고 다시 날 찾아줘서 고맙다. 



이 것이 바로 그 어금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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