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자의 썰 Dec 06. 2018

초심

얼마 전 오랫동안 우리 오피스 환자였던 미국 아주머니 한 분에게서 Complaint 전화가 한 통 왔다. 매니저를 통해 전해 들은 말은 지난번 그분을 치료하기 전 잠시 진료를 할 때, 내가 장갑을 끼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 내심 계속 불안했다고. 게다가 요즘 내가 치료를 너무 빨리 끝내고, 또  금방 사라져 버린다고 한다.


사실 내가 그리 잘못한 것은 없었다.  거의 routine에서 별 벗어나지 않았고, 나랑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간호사도 특별한 점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지라 굳이 내가 사과 전화를 해 줄 마음이 별로 없었다. 말 많은 환자 가족 하나 떨어져도 뭐 상관있으랴, 내가 뭐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랑 거의 이십 년을 같이 한 우리 수 간호사 Eileen이 내 사무실에 들어와 문을 딱 닫는다. 그리고 진진하게 

이야기를 한다, "Hey, I know and I understand.  But, bite your tongue and give her a call."  상황은 이해하지만 어금니 꽉 깨물고 미안하다고 전화해 줘..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 생각났다. 무엇이던 처음 시작할 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초심이 바로 서야 나중에 언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라고. 그래서 초심을 세울 때 많은 시간을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나도 만만치 않은 초심이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치료 실력은 언제나 두 번째.  사람을 편히 해주는 치료가 언제나 첫 번째!  더욱이 평범한 미국 중산층 동네에서 이민자로 살아가고, 나하나로 한국사람 통째로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도 있는데..  그 생각을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천근만근만 같았던 전화기를 들고 정중한 사죄의 전화를 했다.  


이 아주머니 가족은 지금도 우리 오피스를 꾸준히 찾아주시고 있다.  나에게 그런 전화를 해주신 것도 고맙고, 내 방 문을 걸어 잠그고 사과 전화를 걸게 해 준 내 스테프도 참 고맙다.  


이전 09화 황씨아저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