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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Apr 19. 2022

4월에 태어난 그녀와 만월满月

도자기 접시

#.

요즘 드물지 않게 밤을 새곤 한다.

어젯밤도. 그러다 보니 오늘아침  잠자리에 누운 건  10시쯤?


이런 뒤바뀜, 티비에서  음악가들이 자랑스레 말하는?


사실 난 종달새족이고 싶다. 

원단에 조카 하나가 새해 소원이 5시 반 기상이라고 했다.

나는 그때 6시 기상이 목표였다.

6시 기상을 습관화 하려면,   우선 밤 시간의 느긋함에 취해 자정을 넘기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갑자기 그만 두기가 어렵다면 조금씩 줄여가는 방법이라도 써야 한다. 노력한 결과, 대략 열흘 만에 원한대로 종달새족이라 말할 만하게 생활했다..


그래도 가끔은 자기도 모르게 올빼미족일 때가 있다. 뭔가 그날 꼭 마쳐야 할 일인데 낮에 마치지 못했을 경우. 혹은 자기만의 산만함 속을 소요하느라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깜박 잊었을 경우.


#.

어젯밤엔 이모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이 OO생일 아녀?

몰라, 그런가?

안 가 봤니? 생일인데 OO가 쓸쓸하겄다.

(* 한국적 호칭을 떠나 그냥 OO이라고 하자.)


그런  통화 때문은 아니지만, 어제도 오늘도 일부러 밤하늘을 보았다. 밤하늘, 마을 뒤의 산등 위로 둥근달이 떠 있었다.  

추석의 보름달, 정월의 보름달도 아닌 그냥 보름달.

그런데 날짜를  의식하고 보아선가  4월에 보름달은 처음인 것만 같다.


OO은 이렇게 따뜻한 봄 둥근달이 뜨는  날에 태어난 거구나!


그점에 생각이 닿으며  그런 생각조차 처음이라 놀랍다고나 할까,  동시에 찬탄하는 맘도 일었다.

그럴 수 없이 아주 좋은 날에 그녀가 태어났다는 사실에 말이다. 

순전히 생일의 계절감에 의탁해 운명을 예언하자면, 그녀야말로 밝고 사랑스럽고, 공주 같이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그녀의 자취는 구불구불 그늘 심한 길로, 무엇을 쫓아가는지 알 수 없게 되었을까. 이것은 그녀 스스로는 살아있는 동안  도저히 답을  못 찾을 문제일 것이다.  하필 내 숙제로 받아놓은 지도 적지 않은 세월이다.


희게 밝은 달은,

그래서 나는 더욱 지혜를 연마해야 해.ㅡ나의 한 마디 다짐을 천공天空 너머 높이서 지켜보고 있다.


#

칼릴 지브란의 시에,


내 가슴 속의 슬픔을

저들의 기쁨과 바꾸지 않으리라

그리고 만일 온몸에 가득한 슬픔이

웃음과 맞바꿔지는 것이라면

나는 그런 눈물 또한 흘리지 않으리라

나는 내 인생이

눈물과 미소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니까

ㅡ< 눈물과 미소>에서

(*주영하 엮음본에서 '바라네'인데 '바라니까'라고 임의로 변경했음)


#.

늦게 해외에서 지내는 지인과 긴 통화.

두 번째 결혼 현재 6개월차.

그런데 신랑은 일상이 '무심无心"이고

맨날 하는 말이 난 너 못 먹여 살리니 알아서 살라.

지인의 편에서 듣자니 답답한 노릇이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철두철미 무심하고 인색할 리는 없다고 여기자고 마무리했다.


#.

통화를 끊고 손그림 하나.


소리없이 금이 많이 간 접시.

식탁 위에 올려져 있다.

접시는 슬픔들의 흔적이 집적된 삶이다.

식탁은 관계이고 노력이며 희망이다.

당근과 가지 옥수수알 그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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