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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Feb 21. 2023

차별인가 실망인가

산비둘기일거야

#.

푸드득.

문을 엶과 동시에  날개 그림자.

두 마리의 비둘기였다.

에개개, 너희였어?


솔직이 비둘기여서 실망했다.

적어도 까마귀쯤이면 만족했을지 모른다.

까마귀 말고도 참새라던지

가끔 씁씁이라고 우는 소리를 내는 이름 모를 새라든지... 다 환영이다.

하지만 비둘기는...

허용의 범주에서 완전 벗어난 종이다.

산비둘기일 거야.

굳이 뒷산을 끌어들여 흔한 광장의 비둘기가 아니라고 상상하기로 한다.

실망이 너무 커서 나 자신을  달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작은 마당에 보리알을 뿌리지 않은 지 며칠째.

처음엔 눈이 내려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눈도 비도 없는 마른 마당이다.


이제 해도 좀 따뜻하고 봄이 오고 있는데... 어디서든 모이를 찾겠지.

겨울숲 우거진 등허리에 봄바람을 들이고 있는  뒷산 너머 하늘을 보며 중얼인다.

나름 알맞은 핑계 같지만, 본심은 내 맘에 전혀  신비할 것 없는 비둘기들을 보리알을 뿌려가며  불러 모을 일인가, 하는 의문에 머무른 채이다.


#.

우리한테 실망한 모양이야.

ㅡ 도대체  왜?

ㅡ 그야 나도 모르지. 눈빛이 그랬어.

ㅡ 아직 말도 나눠보지 못했는데 어째서 실망했을까?


비둘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들에게 닿은, 여자의 실망 가득한 눈초리에  대해 곰곰 생각하는 중이다. 도무지 모를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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