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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종 종Mu Sep 23. 2023

심사정의 그림 <촉잔도권>

그림으로 다다른 "촉도蜀都"

#.

사념이 오락가락.

마치 한로가 지난 가을날 바람이 제멋대로 문틈 사이로  들어와 휘감도는 것처럼.

생활이 내심 소망한 대로 잘 굴러갈 때는 몰랐던 것. 나는 심사정의 촉잔도권을 보면서 심장 저린다.


가고 싶은 곳, 짧은 일생, 몇 번쯤이 사치라면 단 한 번만이라도 호쾌하게 묵은 먼지를 털고 달려가고 싶어.


화가는 나아갈 길이 막혀 있었다.


낙인찍힌 집안, 사람들이 제대로 보아주길 바라지 않아. 난 화가니까.

하지만 가난이란, 내 발목을 잡고 영 놓아주지 않는구나.

 그럼에도 내 안에 떠오르는 머언 풍경, 떠나지 못해도 나는 옮길 수 있어. 동경을 창조로 바꾸는 기개만큼은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지.

그곳은 그곳으로 가는 길은 발밑이 어지럽고 강물이 용솟음치고, 아아, 바위 숲은 하늘로 오르려는가. 막막한 전진에 가슴 오그라드는데붓끝은 멈추지 않아.


과연! 여기가 옛이야기 속 고인들의 복지, 청두 땅이로구나.

나의 다다름, 예까진 고됨과 울분과 내 결기가 울창한 길을 내었지.

나는 웃었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 원숭이는 간혹 명랑한 앞잡이였지. 나는 한없이 나아갔어, 가고 싶은 곳까지. 


운명은 날 막지 못했어.

지지 않았어.

* 감동을 여태 간직한  심사정의 <촉잔도권>(*사진, 간송미술관) 그리고 <강상야박도> . 직접 그림 앞에 선 것도 아니고 영상으로 접한 터인데도, 가슴이 뛴다. 적어둬야지, 맘은 먹고 있었지만 뭐라 옮길지 생각이 안 나 두 계절을 훌쩍 넘기다.


*18세기  조선의 화가, 심사정, 그리고 촉잔도권의 보존에 지대한 공헌을 한 부호 전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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