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에

'맛집'과 그냥 '집'

by 새벽종 종Mu
모처럼 남의 동네 가서 시장 구경을ㅡ중곡역에서 가까운 중곡제일시장

연이틀 외식이다.

어제는 순댓국.

오늘은 추어탕.

포만감을 요하는 요즘, 가을은 역시 살찌는 계절.


어제 순댓국은 내 생애 몇 번 없는 소문난 '맛집'에서의 식사.


웬일이냐고?

어쩌다 중곡역에 갈 일이 있었고, 역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인 중곡제일시장이 오밀조밀 재밌어 보여 혼자 시장 안을 구경하다 들어간 곳이, 우연하게도 TV 방송에도 소개된 '맛집'이었던 거다.


어땠냐고?

순댓국에 들어간 순대며 고기며가 풍성했던 편이고 밑반찬으로 알아서 덜어먹도록 단지째 갖다 준 배추김치와 깍두기도 맛있었다. 6천 원에 그 정도면 소문을 내 줄 만하다고, 혼자 끄덕끄덕. ㅡ"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처럼 말이다.


오늘은 나 사는 동네, 역시 시장 입구에서 외식을.

다만, 내가 오늘 간 곳은 동네 사람들도 거의 모르는 시장길이다.


"북부시장? 못 들어봤는데..."(* 강북구에 꽤 오래 살았다는 이웃 어른도 고개를 갸웃댄다.)

어쨌든 나는 7월 여름에 이사와 채 한 달도 안 되었을 때 이 '북부시장' 골목길을 발견하였고, 골목길 끝에서 무지개 기둥이 뻗어오르는 장면도 보았고, 재즈카페가 조용히 문을 열고 연주회를 개최하는 것도 보았다.


북부시장 골목길은 한산한 편.

게 중 손님이 좀 드나든다는 곳은 시장 한쪽에 자리 잡은 슈퍼마켓. 그래도, 단층 지붕들이 이어진 곳에 식당 간판들이 늘비하다.


내가 곧잘 가는 추어탕 집도 그 길목에 있다.

토요일 오후의 허기는 그 집에서. 역시 6천 원에 구수한 탕 한 대접, 김치와 깍두기, 그리고 푸른 부추와 양파, 풋고추들은 탕에 첨가하는 야채들이다. 느끼하지도 않고 맛도 양도 내 요구에 딱 맞춘 듯한, 그래서 일찌감치 단골이 되기로 맘먹은 곳.


나는 오늘 우리 동네 소리 소문 안 내고 장사하는 그냥 '집'에서 추어탕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수유역 맛집이라고 치면 다 나와."

이 집을 말하는가 했더니, 근처 만두집을 얘기하고 있었다.

"어쩌다 방송을 타고는 손님이 몰렸어... 근데 너무 대비가 없어. 맛집이라고 멀리서들 오고 하는데, 점심시간에 대서 와 기다리자면 그도 보통 맘으론 안 되잖아. 그런데 12시도 안 돼서 어떤 땐 11시 반도 안 돼서 다 팔렸다고 점심 장사를 끝내... "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맛집 찾는 일에 밝은가 몰라?"

"그거야 인터넷에 다 나오잖아."


점심과 저녁 시간의 중간이라 할 4시경, 자그마한 식당에서는 누구의 말소리도 귀에 들린다.


어쩌다 어느 맛집에 갔는데 먹을 것도 없더라.

맛나다고 떠들어 쌌는데, 집에서 내가 해 먹어도 그보다 낫겠더라.

너무 기다려서 진만 빼놓더라.

경험과 관찰 속에 남은 불만들이 토로되는 것도 귀에 들린다.


들리는 건 들리는 거고, 나는 그들과 일행이 아닌 바, 말없이 식탁 위의 그릇들을 비웠다. 누군가가 내가 깨끗이 비운 접시들을 보면, 이곳이야말로 맛집이구나! 감탄할 정도로.


"감사합니다!"

"네, 안녕히 가세요!"


맛있고 감사하다.

우리의 주린 배를 채울 수 있게 지상에 곡물이며 야채며 열매들이 열심히 자라준 것도, 농부님들이 땀과 노고를 다해 성심껏 키워준 것도, 도매상이며 소매상이며 너나없이 나서서 식재료를 부지런히 판매해 주는 것도,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내 입에 들어가라고 맛있게 조리해 내놔주는 것도... 사실 다 은혜로운 일, 특히 코로나19의 어지러움 속에서는 더욱 감사할 일이다.


다만, "맛집"열풍 속에 슬그머니 드는 걱정은, 소리 소문 없어도 의연히 가게문을 열고, 오늘 내 집을 찾는 손님에게 '맛'을 파는 요식업 종사자 분들이, 어느 날 남들의 "허장성세"에 스스로 낙심하여 끝을 못 보고 "중도하차"하는 일 없기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요즘처럼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부풀림 많은 세태 속에, 제발 적당한 이익도 연구하면서 알찬 맘으로 견디어내기를...


두어 달 학술논문 같은 것에서 멀어졌던 생활. 다시 다잡고자 카페로 나들이, 이것은 게으른 나에게 쓰는 일종의 '당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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