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세주의자의 세상 읽기
"젊은 것들이란... 쯧쯧쯧"과 아주 똑같은 수준의 말은 이런 거죠. "늙으면 다 죽어야 해" 그런데 그렇게 나쁘게 말하지 않아도 늙은이들은 알아서들 다 죽어요. 그리고 님도 늙어 죽을 거고요. 아, 모두가 늙어 죽을 수는 없는 일이네요. 누구나 늙어 죽지는 않아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죽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여하튼 생사는 누구든 피할 수 없는 절대 진리이니 님도 예외는 아닌 겁니다.
"늙으면 다 죽어야 해"라는 말속에는 어마어마한 혐오가 들어 있어요. 늙는 것은 좋지 않고, 나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늙은이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겁니다. 그리고 나이 듦 혹은 늙음을 가볍게 타자화해버리는 어리석음도 들어 있고요. 무엇보다 저런 저급한 말은 자신은 마치 늙지 않을 거라는 헛된, 말도 안 되는, 망상에 시달리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입니다. 그런 나쁜 말 대신에 이렇게 말할 수 있잖아요. "왜 저럴까?" 그릇된 행위가 문제이지 그 행위를 한 사람의 나이가 문제는 아니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나서, 나이 들고, 늙어가요. 20대 이전에 몸이고 머리고 다 커버리고요, 20대 이후부터는 매일 늙어가요. 신체적 노화는 성장을 멈춘 직후인 20대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정확하게 65세부터 늙은이의 대열에 들어가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65세라는 나이는 국가와 사회의 운영 시스템에 따른 기준일 뿐 매일 늙어가는 건 20대인 님이나 70대인 남이나 다를 바 없어요. 정신적인 노화는 달라요. 청년을 존중하는 70대와 노인을 혐오하는 20대 중 누구의 정신이 더 맑은 건지 따져봐야 해요.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봤을 때, 젊은 것이 늙은 것에 비해 훨씬 아름다울 이유는 무엇인가요? 20대 이하 세대가 "우리의 미래"라는 말들을 자주 하던데, 여기에서 "우리"란 대체 누구를 뜻하는 건가요? 혹 조국과 민족인 건가요? 인생 80년 혹은 길게 봐서 100년이라고 할 때, 그중 20대 이하의 나이인 30년 정도를 제외한 50년 혹은 70년의 삶은 안 아름다운 건가요? 그들에겐 미래가 없는 거예요?
80년, 100년 인생에서 단 30년 동안의 나만 "우리의 미래"가 되는 건 문제예요.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무 자르듯 그렇게 딱딱딱 잘라 보면 안 돼요. 그 모든 시간은 연결되어 있고, 개인은 그 연결성 속에서 하루하루 현재의 삶을 살아나가는 거니까요. 무엇보다 미래가 있는 65세 법적 늙은이가 "우리 미래"의 일부가 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젊음을 추앙하고, 나이 듦을 혐오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지나치게 경제 논리에 의해 구축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생산성이나 노동력과 같은 것들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이유가 자본주의 체제라서 심화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생명이 있는 대부분의 존재들이 생로병사의 진리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임에도 기껏해야 20년, 30년 살아온 사람들을 정상으로, 나머지 50년, 70년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구분하여 차별하는 사회가 비정상적인 것입니다.
경제적 노동이 불가능하여 경제적 생산력이 전혀 없는 노인에 대한 폄하는 경제적 노동이 불가능하여 경제적 생산력이 전혀 없는 장애인에 대한 폄하와 같습니다. 이것은 정상이니 장려하고, 저것은 비정상이니 배제하자는 건 폭력입니다. 그 폭력의 화살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고야 맙니다. 우리는 누구든,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거든요. 우리들 중 대부분, 65세까지 죽지 않고 살고 있는 이들은 반드시 노인이 될 것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