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를 통해 배운 사랑
마음 가는 대로 살지 않기
by heavenlyPD Jun 30. 2025
수술을 마치고
버거운 소송 과정을 버텨내고 있을 때였다.
그 와중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우리 가족에게 닥쳤다.
고난 위에 또 다른 고난이 겹쳐지며,
주님은 나를 다시 광야로 이끄셨다.
큰언니는 오랜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재혼을 위해 루카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가족과 함께 지낸다는 기쁨도 잠시,
그 결혼이 사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언니는 물론, 우리 가족 모두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불안했고,
언니에게 전화가 오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곤 했다.
처음 겪는 일 앞에서 정신을 가눌 수 없었고,
하루도 울지 않고 지나간 날이 없었다.
부모님은 왜 그런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는지,
너무나 무지하고 순진했던
자신들을 자책하며 괴로워하셨다.
그런 부모님을 볼 때마다
언니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모두 너덜너덜해진 채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언니를 볼 때면
그 어떤 원망도 더는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다 알지 못하면서,
울고 있는 엄마 조용히 안아주던
어린 루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려왔다.
본능처럼 부모의 품에 안겨야 할 나이에
엄마를 안아주는 그 아이를 보며
원망은 눈물로 녹아내릴 수밖에 없었다.
언니의 모든 것을 빼앗고도
끝까지 우리를 농락한 그 사기꾼에게서
루카를 지키기 위해,
언니는 결국 그 곁을 떠났다.
수술 후유증과 소송으로
나 역시 힘겨운 시기였지만,
나만 생각하며 지낼 순 없었다.
언니와 루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부모님 뿐이었고,
힘들어도, 그 자리를 감당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된 시간을
견뎌야 했던 사람은 엄마였다.
나의 회복을 챙기시면서도
마음이 부서진 언니와 어린 루카까지,
엄마는 온 맘을 다해 돌보셨다.
때때로,
무너지는 엄마의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
언니는 엄마의 자랑이었다.
그런 언니가 바닥까지 무너져 버린 순간,
누구보다 강했던 엄마도 주저앉으셨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그렇듯 다시 일어나셨다.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며
모든 것을 잃었다고 느끼던 그 순간에도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하나님께 감사드리셨다.
그리고 다시,
주님의 은혜를 구하며
주님을 더욱 깊이 붙드셨다.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날들이 행복했다고 말할 순 없다.
무엇보다,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여린 루카의 마음에 상처가 남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가슴이 미어질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주관하시고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언니와 루카가 살 집을
내가 사는 집 바로 앞에 마련해 주신 건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만큼 놀랍다.
무엇보다, 루카를 통해
나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배웠다.
상처투성이였던 자신의 엄마를 늘 안아주었고,
한때 ‘아빠’라 불렀던 사람을 미워하기보단
“그 사람 덕분에 이모랑 같이 살게 됐잖아”라며
오히려 웃음을 지었다.
외할머니와 장난치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고,
특히 할머니가 만든 김밥은 늘 루카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내가 카페에서 일할 때면 그 옆에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클레이를 만들며
조용히 내 곁을 지켜주었다.
그렇게 8개월을 함께 지내다
언니와 루카를
다시 외국으로 보내야 하는 날이 다가왔다.
떠나보내는 게 맞지만,
떠나보내야 한다는 현실이
미치도록 아팠다.
공항에서 우는 우리를 루카가 꼭 안아주었다.
그 작은 가슴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그렇게 언니와 루카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여정을 따라 떠났고,
지금도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감사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 시간은 분명 고통스러웠지만,
그 안에서도 하나님은 우리를 붙드시고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셨다.
그 믿음이 오늘도
나를 살게 하심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