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리가 울리는 곳이 좋다.
천장이 높고 창이 큰 곳이 좋다.
그 커다란 창밖으로 짙은 녹색의 나뭇잎들이
보이는 곳이 좋다.
그 짙은 녹색의 나뭇잎들 속에서 갑자기 날아올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날 움찔거리게 만드는
이름 모를 새들이 좋다.
그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가고 또다시 찾아오는
이름 모를 새들과 이름을 아는 새들이 좋고,
팔꿈치를 괴고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직선으로 금을 긋고 있는 한 줄기 햇살이 좋다.
그때,
살며시 불어와 읽고 있는 책을 몇 장 맘대로
휘리릭 넘기는 미풍이 좋고,
그 미풍이 지나간 뒤 읽고 있던 페이지로
책장을 도로 넘길 때 느껴지는 사각거리는
종이의 질감이 좋다.
투명한 유리컵 표면에 맺혀있는
차가운 물방울들이 좋고,
평소보다 세게 볶았는지 오늘따라 향이 진한
커피 한 잔이 좋다.
그 커피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
그 유리컵을 잡았을 때.
손바닥을 적시며 내 온몸으로 전해지는
그 차가운 물방울들이 주는 시원함이 좋고,
그 유리컵에서 입을 뗐을 때 눈앞에 보이는
2~3차선 내외의 좁은 도로가 좋다.
그 도로 옆 보도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
개나 고양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이
고개를 대여섯 번쯤 돌릴 때마다
한 번꼴로 보이는 것이 좋고,
머릿속에는 온갖 지나간 기억들과 현재의 걱정들,
그리고 아마 당신은 상상조차 못 할 어마어마한
미래의 이야기들이 흘러가지만 그런 나를 보며
뭘 그리 멍하니 있냐며
내 생각 많음을 모르는 것이 좋다.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카드만 두어 장 들어있는
카드지갑에, 두 번 곱게 접힌 만 원짜리가
한두 장쯤 들어있는 것이 좋고,
만 원짜리인 줄 알았던 그 한두 장이 마침
엄지와 검지로 끄집어냈을 때 오만 원 짜리라면!
나는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지를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두 개의 가게 중
위치가 한참 안쪽이라 늘 손님이 거의 없는 가게로
가서 나는 이렇게 말을 할 생각이다.
자동으로 5천 원이요!
이렇게 일주일치 행복이 충전된 오늘이 좋고,
그 일주일치 행복으로 살아갈 내일이 좋다.
나는 소리가 울리는 곳이 좋다.
천장이 높고 창이 큰 곳이 좋다.
그 커다란 창밖으로 짙은 녹색의 나뭇잎들이
보이는 곳이 좋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참 좋다 :)
*사진출처:내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