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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Oct 24. 2022

꿈꾸는 엄마의 모습.

엄마 될 준비- 엄마 인생의 초심을 만들어보자.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을까?'


 첫아이가 뱃속에 자리 잡은 걸 알게 되면서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 가끔 상상하곤 했다. 그때마다 자연스레 우리 엄마가 떠올랐다. 어렸을 적 나에게 엄마는 나만의 연예인이었다. "너네 엄마 진짜 예쁘다."라는 소리를 내가 예쁘다는 소리보다 훨씬 더 많이 들었었다. 예의상 "네가 엄마 닮아 예쁘구나."라고 해주는 소리가 대부분이었다. 부모님을 학교에 초대하는 날이나 학부모 상담이 있는 날이면 으레 어깨가 으쓱해지고는 했다. 타고난 외모에 패션감각까지 타고난 엄마는 교실 뒤에서 다른 많은 학부모들과 섞여있을 때도 단연 눈에 띄었다. 거기에 요리와 살림도 잘하시는지라 늘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와 우리 집을 보여주고 싶었다. 예쁜 얼굴에 예쁜 옷을 입고 예쁜 집에서 후다닥 만들어주시는 맛있는 떡볶이도 예쁜 맛이 나는 것만 같았다. 그런 모습이 당연하다 생각해서였을까? 나도 크면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어보니 어쭙잖게 꿈꾸던 그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착각은 자유지만 역시 금물이었다.




 첫아이를 키울 때는 경험이 없어서, 둘째가 태어나면서는 챙겨야 할 식구들이 늘어서 그들을 먹이고 입히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 모습도 육아도 집안 살림도 뭐 하나 제대로 된 것 없이 엉망이 되었었다. 이런 나의 부족함에 대해 엄마와 대화를 나눈다면 핑계라고 잔소리 들을 것이 뻔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엄마는 엄마 자신과 남편, 세명의 자식들, 그리고 집안까지 늘 흐트러짐이 없이 관리하셨다. 70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자신과 주변을 그렇게 유지하고 사신다. 그렇다고 보이는 부분만 가꾸신 게 아니었다. 어미라면 당연하겠지만 우리 엄마도 자식들이 잘 되기를 부단히 바라오 셨다. 아빠의 사업이 IMF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눈덩이 같은 빚을 남겼을 때는 결국 자신을 내던져가며 희생하셨고 그걸 밑바탕으로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그 모든 빚들을 해결하신 게 채 몇 년이 되지 않았었다. 그 시절 엄마의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버틸 수 있었을까? 새삼 엄마가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물론 그 시대의 엄마들처럼 우리 엄마도 많이 엄하셨다. 아직도 엄마 손을 잡는 게 어색한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거다. 몇 달 전 시드니로 오셔서 손주들의 감당이 안 되는 모습을 보시고 엄마가 우스갯소리로 "어렸을 때 너네는 진짜 말 잘 들었는데 말이야."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농담 삼아 "엄마처럼 무서우면 말 잘 들을 수밖에 없어요."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때 엄마는 "너네 아빠가 속 썩일 때 자꾸 그 스트레스가 너희한테 가더라고. 엄마가 잘못한 거지."라고 고백을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무언가 가슴 한구석에 녹지 않던 고드름이 물 한 방울을 똑 떨어뜨리며 녹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완벽하게 녹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엄마는 자신의 틀에 맞추기 위해 자식들을, 특히 첫째라는 이유로 나를 많이 다그치셨고 그 기준에 안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때로는 버겁기도 했다. 다행히도 그 기준에 교육열은 없었기에 그나마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엄마에게 혼이 나면 '나중에 커서 내 아이에게는 절대 저렇게 하지 않을 거야'라고 철없이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할 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소름 끼치도록 내가 싫어지곤 했다. 그때의 엄마처럼 힘든 상황에 처하니 나도 별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었을까? 16년의 세월을 되짚어보니 사실 꿈꾸는 엄마의 모습은 내 아이를 품에 안고나서야 제대로 고민했었던 것 같다. 아이가 잠든 고요한 시간이 되면 그제야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의 요구를 좀 더 잘 파악해야지, 화내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해 줘야지, 더 집중해서 제대로 놀아줘야지, 말이나 습관에 있어 모범을 보여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나의 부족한 점을 찾아보았다. 육퇴 후 자기반성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이 지금 와서 보면 되고 싶은 엄마의 모습을 다듬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도 겉으로 보이는 엄마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안에서부터 차곡차곡 채워나가려 했다. 물론 예쁘고 자기 관리 철저한 엄마의 모습도 아직 포함사항이지만 말이다.




 지금의 나는 이런 엄마가 되고 싶다.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해 주는 배려심 많은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의 말과 표현에 귀 기울이고 아이의 눈을 보며 마음을 읽어주는, 그 누구보다 내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가 원하는 바를 알고 그것을 채워주면서 아이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가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응원과 조력을 아끼지 않고 힘들 때는 의지할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싶다. 그래서 엄마인 나로 인해 튼튼해진 마음의 근육이 아이가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회복탄력성의 원천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엄마로서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에게 삶의 출발점이 될 우리 가정을 잘 지키고 가꾸어 나가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이 내 품을 떠나고 나서도 언제든 찾아와 편안히 쉴 수 있게 하고 싶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린 시절 나에게 우리 집은 편히 쉴 수 있는 쉼터이기보다는 전쟁터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마냥 기쁘고 설레기보다는 초초하고 걱정되었다, 오늘은 어떤 일로 혼이 날까, 아빠가 또 늦게 들어오셔서 엄마랑 싸우지는 않을까 늘 불안을 품고 살았다. 남들에게는 편안한 안식처인 친정이 아직도 나에게는 가시방석 같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아이들만큼은 그런 환경에서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국 가정을 휘청이게 만들어 작은 눈망울에 걱정을 담게 하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부단히 노력했다. 남편과 나의 관계가 가정을 지탱하는 원동력임을 알기에 그걸 가장 우선시했다. 그와 처음 가졌던 마음과 결심을 떠올리며 남편에 대한 초심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늘 웃음과 사랑이 넘치는 가정 안에서 인자한 웃음을 머금고 있는 엄마, 내가 늘 그리워하고 담고 싶은 모습이다.




 나 자신과 내 인생, 그리고 내 일을 사랑하는, 한 인간으로도 멋진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 인생의 가장 가까운 롤모델로서 아이가 나의 삶을 통해 좋은 어른의 모습을 그릴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예의 바른 태도와 말투, 좋은 습관을 몸에 간직하고 여유 있는 삶의 자세를 보여주고 싶다. 행복과 역경, 그리고 인간관계를 마주하는 모습에서 아이가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간접경험을 긍정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가지고 사회문제에 방관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사회인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나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성실함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성과보다는 목표를 향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렵겠지만 해보고 싶다.




 내가 꿈꾸는 엄마의 모습에서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험하고 배우고 성장할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모습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고 방향을 다시 한번 바로잡으며 엄마 인생의 초심을 늘 잃지 않고 싶다. 아이들을 키우며 매일 조금씩 성장해 나가다 보면 바라는 엄마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설령 그러한 이상적인 완벽한 엄마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그 길을 향해 매일 한 걸음씩 내딛을 나의 마음가짐과 노력을 칭찬하고 응원하고 싶다. 

엄마, 당신은 참 대단한 사람이었어요!






엄마성장보고: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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