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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멜랑쥐 Sep 06. 2024

6일_오늘만 살아보자

6일 12월 12일 우리 똥강아지 금동이

약을 먹은 지 몇 주가 되었다.


매일 달라지는 나를 느낀다.


이제 움직이고 숨을 쉬고 음식도 잘 먹는다. 한숨을 쉬는 날이 점점 줄어들었고 가슴에 얼음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통증도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살아지는 것 같다. 숨 쉬는 것이 이렇게 자연스러웠던 일인데 나도 모르게 숨이 쉬어지지 않았으니 참 고통스러웠다. 완전히 좋아진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못했던 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게를 살릴 아이디어를 내고 행동으로 옮기고 정상적이였 던 나로 돌아가는 것 같다.

느낀다.


"웃고 있는 나도 발견하고 밤바람이 시원하게도 느껴지고 조용함이 편안하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적당한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스스로 병원을 찾아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약을 먹은 타이밍. 모든 우울증을 겪고 있는 분들이 병원의 문턱에 발을 내미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은 본인이 아픈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막막하게 느껴지고 한숨이 잦아진다면 용기를 내 봤으면 좋겠다. 감기가 걸려 병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내 마음은 좋아지고 있었는데 12월 12일 우리 똥강아지 금동이가 일주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것도 갑자기 떠났다.


열 살 밖에 안 됐는데 급성 신장병이 왔다. 고치지 못하는 병이란다. 기계로 측정 불가능한 수치가 나왔다. 길어야 일주일이라는 진단을 받은 지 3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나 버렸다. 오랜 시간 아팠는데 내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우리가 다 자고 있는 새벽에 혼자 고통 속에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너무 순하고 착한 우리 금동이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났다. 더 오래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우울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었지만 가족을 하늘나라로 보낸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잠시 우울감이 나를 휘감았었는데 남아 있는 우리 토토를 생각하니 정신이 들었다.


병원을 다녀오고 며칠을 힘겹게 숨을 몰아 쉬었었는데 숨쉬기 쉽도록 가습기도 틀고 콧속에 안연고도 발라주고 했는데 11일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거실 여기저기에 변을 봤었다. 힘이 없어서 주저앉아 있었는데 자기 몸에도 많이 발라져 있었고…

그래서 따뜻한 물로 욕조에서 깨끗이 목욕을 시켰는데 너무 평온한 얼굴이었었다. 새벽까지 지켜봤는데 그날 밤은 숨도 몰아 쉬지 않고 편안하게 새근 새근 잠을 자는 것 같았다.


12일 아침에 온몸이 뻣뻣해진 채. 눈도 못 감은 채 누워 있는 금동이를 보고는 오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뜬 눈을 살포시 쓸어 감겨주고 얼굴을 쓰다듬어 줬는데 그냥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리고 아직도 우리 금동이 생각이 많이 난다. 산책도 잘하고 애교도 많고 착해서 사람들을 너무 좋아했던 강아지였다. 바로 일주일 전까지도 그랬는데.. 너무 빠르게 서둘러 우리곁을 떠나 강아지 별로 갔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의 진료시간에 이것저것 감정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금동이 얘기도 했다. 나는 두려웠다. 다시 우울감이 나를 덮칠까 봐 두려웠다. 지금의 상실감은 너무나 정상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우울증 환자가 아닌가 못 헤어 나오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진료 시간에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입으로 내뱉으면 그렇게 될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 이겨 내겠지.. 하지만 잠시 동안 아니 오랫동안 금동이를 그리워하고 싶다. 눈물도 흘리고 추억도 떠 올리고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어 놓았던 것에 감사했다.


금동아 3일이 지났는데 너무 보고 싶구나. 엄마는 못해 준 것이 더 많이 생각이 난다. 너는 행복했었는지도 궁금하고 사랑을 듬뿍 준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거 같기도 하고 너만 지을 수 있는 표정과 행동들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네가 내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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