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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멜랑쥐 Sep 23. 2024

8일_오늘만 살아보자

한 겨울밤의 파티

8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일을 했다.

생각은 가끔 있었지만 막연했고 외국 영화에서 봤던 즐거운 파티를 진짜 해 보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단출하게 고맙고 친한 단골손님들 몇 명을 초대해서 즐거운 저녁 파티를 함께 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파티를 하려고 하는데 생각하고 있는데 오실래요? “


“네. 언제 해요? “

“몇 명 제한이 있나요? “

“술은 뭐 있나요? “

“안주는 뭐뭐 나오나요”

“드레스 코드도 있나요?”

“몇 시까지 하나요?”


몇몇에게만 물었는데 각기 다른 질문들을 했다. ‘아! 준비할게 많구나!’ 나는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몇몇은 단순한 파티이겠거니 생각하고 몇몇은 영화에서나 보던 파티이겠거니 했고 몇몇은 처음 겪는 일이라 설렌다고 했다.


나는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구나


그때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테이블을 사고 조명들을 사고 와인잔을 사고 접시를 사고 와인을 사고. 위스키를 사고 맥주를 사고 소주를 사고 안주로 준비할 고기와 새우와 샐러드채소와 기타 등등을 사고 또 사고 작은 가게에 오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인원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30명만 받기로 하고 30인분의 술과 안주를 준비하고 테이블 세팅을 생각하고 겨울밤에 어울리는 조명들을 준비했다.


그런데 나는 내성적이다! 처음 하는 파티인데 기대를 잔뜩 하고 있는 사람들 불러 놓고 서먹서먹한 파티가 될까 걱정이 한 바가지가 되다가 철철 넘쳤다.

날은 점점 다가오는데 준비는 거의 되었는데 나의 마음과 몸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 어떡하지 괜한 일을 벌였나..‘ 하는 생각이 준비하는 내내 들었다.


초대손님 중 아프리카 친구들이 1/3이 되어 버렸다. 한국말을 잘 못한다. 나의 영어 실력은 어쩌면 요즘 초등학생들 보다도 못한 단어의 조합으로 이야기하는 수준이다. 온다는 친구들을 말릴 수도 없고 너무 소극적인 내가 답답할 따름이었다. 일은 벌여 놓고 전전 긍긍이라니 점점 내가 우스꽝스러웠다.


그때 나의 구원자 영어실력이 굉장한 단골손님이 파티에 오겠다고 했다 어찌나 반가웠던지 게다가 너무나 활발한 성격과 친화력을 가진 그녀는 나에게 안심하라며 본인이 열일하겠다고 파이팅 넘치는 말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영어를 잘하는 대학원생 커플과 영어를 잘하는 또 다른 커플과 영어를 잘하는 대학교 4학년 학생과 여러분들… 요즘 애들은 정말 영어를 잘하는구나 싶으면서 나는 진짜 늙은 아줌마가 되었구나…싶은 생각에 씁쓸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든든했고 가게를 홍보하고 멋지고 즐거운 추억을 손님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에 매일매일이 즐거워졌다.


당일은 아침부터 가게를 꾸미고 음식을 하고 쉴 틈 없이 저녁이 되었다. 하나 둘 손님들이 도착했고 우리가 준비하고 꾸민 가게를 보고는 모두들 깜짝 놀라 했다. 놀라는 모습에 나는 흐믓했고 뿌듯했다. 그리고 그날의 파티는 모두 대화하고 노래하고 춤추고 마시고 먹고 진짜 즐거운 파티가 되었다. 내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그 이상의 멋진 파티를 모두가 만들어 냈다.


“다음 파티는 한 여름밤의 파티입니다 “


가게 문을 여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정말 잊지 못할 기분 좋은 2023년 12월 24일 겨울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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