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길 잘 했다.

by 바다에 지는 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왜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게 확신이 안 섰다고..

자기를 생각하기는 하는 거냐고...

왜 자기가 우울한지 모를 거라고..


나는 정말 몰랐다.

언제나 확신에 차 있었으니까.

나는 한번도 나의 사랑을 의심한 적이 없었고

한번도 그 사람 외에는 내 긴 인생의 시간동안 함께 할 사람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 내게는 그의 물음이 한없이 서운하고 내가 그를 향해 쌓아올렸던 노력들을 무참히 무너뜨린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내 사랑에 취해 그대가 힘든 건 생각지도 못했네요.미안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가 그런 말을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급했던 것이다.

주변에서의 상황이 그를 동동거리게 했고

조급한 마음이 근본적인 우리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미안했다.

내가 너무 해맑게 나만의 세계에만 산 것 같아서.


그의 고민과 슬픔을 알아차리지 못한 게 한없이 미안해서 밤잠을 설쳤다.

나의 하룻밤의 불면이 그에게는 오랜 시간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더욱 안스럽고 미안해졌다.


하지만 나는 어차피 그가 원하는 답을 줄 수도 없었고 더 이상 그를 다독거릴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았기에 지금의 이별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이 급했고 그래서 무엇이라도 어떤

약속이 필요했던 그에게 나는 그저 소박한 매일 매일의 사랑만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를 보내주길 잘 했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열과 성의를 다해 그를

사랑하고 품어 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에게 한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결국 문제의 해결점은 내 노력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흔들림 없는 사랑을 확신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헤어질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사랑의 시작은 많은 우연의 시간들이 필요하고

그 시간들도 서로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별의 시간은 각자 다르게 온다.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과 떠나고 싶은 사람...

보내줘야 하는 사람은 떠나려는 사람에게 줄 것이 없다.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남은 사람이 주고 싶어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떠나는 사람에게 이유가 있는 이별이라면 다음 사랑에는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하도록 빌어줘야 한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에게는 정리가 필요하다.

함께 한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워 하루라도 빨리 지워지기를 바라던가, 소중한 추억이라도 붙잡고 시간이란 것에 그 추억을 최대한 빼앗기지 않도록 매일 매일 꺼내어 확인해 볼 것인지를 선택하면 된다.


후자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남겨진 사람은 초라하지도, 한없이 추락할 이유가 없다.

결국 사랑하고 이별 후에는 각자 가져 가고 싶은 것들을 가져가면 되니까.

돌이켜 볼 추억이 아프지만은 않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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