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젖은 솜처럼 무거웠던 하루

by 바다에 지는 별

아침 시작부터 저녁 마무리까지 우리는

두 달여를 투닥거렸다.


끝내 오늘 아침 우리는 서로 눈물을 보이며 각자의 길을 갔다.


하루종일 나는 너무 우울했고 마음이 아파 콧등이 시큰거렸고 수시로 입술주위가 붉어졌다.

아프냐?..나도 아프다..



우리 집 둘째는 지금 열살이다.

학년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

그렇다..요 녀석과 투닥거렸다는 얘기다.ㅋㅋ


녀석은 급하고 활달한 성격 때문에 안내장을

쓰는 둥 마는 둥하면서 급하게 나오다보니 학교에서 책을 챙겨오는 일은 매우 드물고 우산은 일회용이며, 잠바는 한달에 한번 너댓개를 수거해 오는 녀석이다.



이러다 보니 녀석과 나는 하루를 멀다하고 투닥거리고 신경전을 벌인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나는 좌절했고 화가 나서 급기야는 아침에 같이 나가자는 녀석의 바램을 무시했고

먼저 나가 기다리고 있던 녀석을 외면한 채 녀석을 쌩하니 지나쳐 버렸다.


녀석은 그런 나에게 "잘 다녀와..엄마.."라며 풀죽은 목소리를 등 뒤에 가만히 얹어 주었다.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녀석이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에....


그리고 힘겹고 우울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퇴근하는 중..

먼저 들어가 있는 녀석한테 전화가 왔다.

올 때 맨토스 사탕 사다 달라고...

야 이노마..맨토쓰라고? ....유..윈!!!!!!!!


평소때와는 다르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축축 쳐지는 기분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은 녀석의 해맑은 요구에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콧구멍으로 훅 올라와서 급기야 휴화산이 활활..활화산으로 바꼈다.


역시나 용암의 파편처럼 나는 녀석의 해맑음에 공격을 가했다.


"너는 하루종일 엄마가 너 때문에 얼마나 우울하고 슬펐는데...너는..응..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싶은게 그리 많냐? 어?....^&((ㅕ^$#!@##@#$"등등....


이내 수화기 너머에 조용하던 녀석이

"엄마가 아침에 그렇게 가버리고 나...울면서 학교 갔어. ........"


나는 목이 메어 겨우 집에 가서 얘기하자며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대충 치우고 녀석과 마주 앉았다.



먼저 사과 했다.

아침에 인사 무시하고 혼자 가버려서 너무 미안하고 하루종일 맘이 아팠다고...

네가 울고 학교 간 것처럼 엄마도 하루종일 울고 싶었다고...


네가 학교에서 그렇게 급하게 나오는 이유도 다 알고 있고, 이해하지만 요즘들어서 너무 심해진 것 같아서 너한테 충분히 기회를 줬는데도 같은 일을 반복하는 네 행동 때문에 많이 힘들고 너를 보면 화가 났던 거라고...


하지만 네 행동이 싫고 미웠던 거지 아들인 네가 미운 건 절대 아니라고..


엄마도 어른이지만 반복되는 실수와 무신경함은 아무리 자식이라도 자꾸만 실망하고 마음이 슬퍼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거라고...


녀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방울 방울 눈물을 바닥에 떨어 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마음 아프고 미안해서 나도 울었다.


두 아이를 홀로 양육하면서 아이들은 나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편이다.

하지만 우리는 참 굳건한 사이다.

부모 자식간의 그 무엇 보다 더 친밀하게 서로를 아낀다.


결코 허울뿐인 가족의 테두리에 묶여 있는 사이는 아니다.


특히 아직 어린 아들 녀석은 큰 딸보다 훨씬 나에 대해 절박하고 절실한 애정을 열정적으로 호소하는 만큼 나 또한 녀석의 무한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런 녀석에게 내가 몇 일동안 냉정하고 무심하게 대했을 때의 마음이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나는 너무 잘 안다


그러기에 나 또한 너무 아팠다.

녀석에게 그런 내 마음을 전했고 눈물에 대답할 수 없는 녀석을 들어가서 자라며 들여 보냈다.


이불을 덮고 누운 건넌 방에서 녀석의 심한 흐느낌이 계속된다.

다시 녀석을 불러낸다.

두 팔 벌려 녀석을 안아 무릎에 앉히고 말없이 엉덩이 토닥토닥...등 토닥토닥...


그리고 녀석은 들어가서 잠이 들었고 나도 녀석의 마음처럼 하루종일 자욱한 먹구름 속에서 맑게 게인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첫 째인 딸을 임신하고 육아서적을 참 많이도 봤다.

어린 자녀에게 부족한 내가 늘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는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처절한 책임감이 있었고 절박함이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야생의 모든 동물들이 그러하듯 나는 아이들의 모든 의식주를 책임졌고 삐약삐약 병아리들에서 어느정도 나의 심경을 이해하고 내 말 뜻을 알아차리는 정도로 자랐을 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했다.

내가 어른으로서 무겁고 버거운 인생의 파도에서 좌초하지 않도록 나는 아이들에게 SOS를 쳤다.


나는 깨달았다.

아이들이 그렇게 약하고 의존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란 걸.


아이들은 미약하고 작지만 자신의 최선을 다해 나를 위해 주고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나를 안아 주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나는 아이들을 믿었고 아이들을 내 인생의 동지, 친구로 받아 들였다.

아이들은 믿는만큼 큰다고 했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는 어른이라는 이름의 두꺼운 가면을 쓰고 그 누구에게도 내 속의 연약함과 두려움을 들키지 않고 열심히 연기를 하지만 내 안에는 항상 누군가에게 구조요청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모르는 숨막히는 책임감과 불안감을 함께 덜어 달라는 가슴속 깊은 목소리를 내고 있을지도...


어느 정도 자란 아이들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귀와 그 무게를 함께 짊어져 줄 수 있는 적극적이고 따뜻하고 열정적인 가슴을 갖고 있는 존재다.


함께 나눠지자.

엄마인 나도, 아빠인 나도 힘들다고...

두렵다고...

슬프다고...


어느새 그대의 곁에 다가와 작고 여린 팔로 그대를 안아 줄 것이고 그대의 입을 맞춰 줄테니...


아이들은 그대가 생각하는 작고 여리기만한 존재는 아니다.

작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우리 아이들임을 기억하자.


이제는 내 자신을 싸고 있는 과대포장지를 뜯어내고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이 내밀어주는 굳건한 믿음의 손을 잡아보자.


거칠고 두려운 파도에 부드럽게 흔들리며 함께 그 파도를 넘고 있는 우리의 이름은 가족이다.

흔들흔들..꿀렁꿀렁...속닥속닥..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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