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물음표 느낌표 쉼표

1.물음표

by 바다에 지는 별
첫번째 이야기-물음표



차 창 밖으로 시선을 던지며 버스에 올라타는 남자.

버스는 출발했고 그 남자는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뒷자리로 이동한다.


창 밖으로 응시한 곳에 그녀가 무심하게 걸어가고 있다.

그녀는 그가 그렇게 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앞만 보며 걷는다.


그는 그녀가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에도 빈자리 가득한 버스 안에 한참을 서서 오른쪽으로 고정된 시선을 거둘 줄 몰랐다.



한 공간 안에 카페와 편의점이 같이 있는 특이한 곳에서 그녀는 카페, 그는 편의점에서 일을 했다.


두 곳의 가게를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독특한 곳이었고 그래서 그와 그녀는 가끔 자리를 비울 때면 잠시 서로의 자리를 지켜 주었다.


그가 그곳에서 일한 지 4개월 즈음에 그녀가 카페 코너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함께 일한 지 한 달여 만에 서로가 동갑임을 알고 서로 편하게 말을 놓기로 하였으나 손님에게는 상냥하고 밝은 그녀였으나 유독 그에게는 말이 없었다.


그가 편의점에서 진열 물품들을 정리할 때 손님을 응대하는 그녀의 밝은 목소리는 그의 기분을 밝게 만들었고 어느샌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그에게는 즐거움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녀는 참 수수하다. 캔버스화에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


가녀린 몸매도 아니고 여린 그녀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돈 밖에 모르는 아줌마스런 이미지도 아닌 그녀는 주말에 야간 아르바이트를 더 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지금의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부터 그 일을 해 왔노라고 했었다.


도대체 그녀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일까?

궁금한 것 투성이인 그녀.

그러나 왠지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그녀에게 자꾸만 마음이 가는 걸 막을 방법이 없는 그였다.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그보다 먼저 출근 해 말끔히 에이프런을 입고 조각 케이크를 진열대에 정리하고 있다.

그가 도착한 시간도 출근 10분 전이지만 그녀는 늘 이렇게 그보다 항상 먼저 출근해 있다.


그녀가 일하는 카페의 왼편 코너의 계산대에서 흘끔거리며 그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있는 그는

오늘 그녀가 늘 신던 캠퍼스화가 아닌 약간의 굽이 있는 아이보리 샌들을 신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 화장도 했다.

평소 거의 민낯에 가까운 얼굴이었던 그녀가 오늘은 웬일인 건지 무척이나 궁금하다가 불안해하는 자신을 느끼고 당황한다.


하루 종일 신경이 쓰여 자꾸만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 시선이 바삐 움직인다.

그렇다고 물어볼 것도 아니면서 자신이 왜 이러는지 짜증스러워진다.


오후 4시.

퇴근 2시간 전인데 그녀는 인사를 하고 가방을 메고 퇴근을 한다.


그녀가 없는 두 시간의 시간이 너무도 길고 지루하다가 급기야는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혀 어떻게 일을 끝냈는지도 모르게 무거운 걸음으로 가방을 챙겨 버스정류소로 향했다.

반짝이는 밝은 조명들을 스치며 걷는 그의 걸음은 한없이 땅으로 꺼져 들어간다.


지각 한번 않던 그녀가 그가 출근하던 시간까지 출근하지 않아 의아해하던 그에게 걸려온 낯선 전화번호.

그녀가 탄 버스가 고장이 나 30분 정도만 카페를 봐달라는 그녀의 전화였다.

그때 저장해 둔 그녀의 연락처를 바라보지만 이내 휴대폰의 액정을 꺼버린다.


어느새 도착한 버스정류장.


그런데 두 시간 전에 분명 그보다 먼저 퇴근한 그녀가 그곳에 서 있다.

그의 두 눈은 놀라 휘둥그레지고 입이 벌어졌다. 그는 한 걸음에 그녀 앞에 다가갔다.


"뭐야? 왜 여기 있어? 어?..ㅎㅎㅎㅎ"


그녀는 어색한 웃음을 띠고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너 기다리고 있었어. ㅎㅎ"


그는 놀라서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없는 매장에서 두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얼마나 궁금해하고 있었는지 그제야 깨달은 그는

지금의 그녀가 자신의 눈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되어 두서없이 말이 나오고 말았다.


"응? 왜?.. 어?.. 뭐?...ㅎㅎ 뭐야?..."


"ㅎㅎㅎㅎ왜? 내가 너 진짜 기다렸다니까?"

그녀도 그를 따라 반달눈이 되어 웃는다.


"어? 어... 어.. 그래.. 놀라지.. 갑자기 이러니까."


그녀는 대답 없이 한 가득 미소를 띠고 있다.

내 안의 그대는 그대가 알기 훨씬 전부터 내 안에 살았습니다.



그는 5분 뒤면 저 문을 열고 출근을 할 것이다.

그녀는 그의 가방이 항상 놓이는 그곳을 물휴지로 꼼꼼히 닦는다.


그리고 그녀의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한다.

출근 10분 전.

어김없이 자동문이 열리고 익숙한 그의 발소리가 그녀의 등을 두드린다.

오늘도 그는 운동화를 신은 듯하다.


9개월 전.

전철역 앞의 큰 중고서점을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들르는 일이 그녀에게는 큰 휴식이었다.


그리던 어느 날.

심리서적 코너에서 책에 몰두하고 있었던 그녀의 오른쪽 발 뒤꿈치에 날카로운 것이 지나갔다.


새 책을 코너에 정리하기 위해 카트를 이동하다

옆 칸에서 불러 세운 손님에게 대답하며 카트를 세우려는데 카트의 무게감으로 카트의 손잡이가 그의 손가락 끝에서 미끄러져 그녀의 뒤꿈치를 치고 말았다.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주저앉아 발 뒤꿈치를 확인하는 그녀.


"괜... 괜찮으세요?... 아.. 피가.. 아이고.. 죄송해요.. 잠시만요.."

허둥대는 그가 사라졌다가 1분도 안 되어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났다.


"손님... 잠시 이쪽으로 오세요.."

평일 폐장 시간이 가까워 매장은 거의 사람이 없었고 그는 어린이 코너의 작은 의자로 그녀를 안내했다.


"아... 아니.. 괜찮아요.. 조금 까졌어요.. 괜찮아요..ㅎㅎㅎ"


"아.. 아니요.. 제가 밴드가 마침 있었어요.. 아.. 그런데.. 제가 붙여 드리면 좀.. 그림이 그렇겠죠?ㅎㅎㅎㅎ아.. 너무 당황해서... 죄송합니다.."


연신 사과를 하는 그.

귀까지 새빨개진 그가 괜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괜찮다며.. 자신이 붙이겠노라고 밴드만 건네받고 그를 향해 웃어 보인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양말을 살짝 내려보니 피가 양말에 제법 많이 스며나와 있다.

그가 건네 준 밴드를 붙이고 손을 씻고 나온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 뒤 그녀는

또 그곳을 찾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로 매장은 다소 소란스럽다.

지난번에 보았던 심리서적 코너에서 책을 둘러보다 2층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는 그를 발견한다.


여행 코너를 거쳐 수필 코너로 옮겼을 때 옆 칸의 어린이 서적 코너에 그가 있다.

책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그.


사람들과 부딪히며 두 아이가 뛰어다닌다.

그가 두 아이를 부르며 두 아이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는 말한다.


"얘들아... 잠깐만... 아저씨가 뭐 하나 주고 싶은 게 있는데.. 저 책상에 잠시만 앉아 있어봐. 알았지?"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그가 익숙한지 곧 그를 따라간다.

그는 그런 아이들에게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양 손에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카운터로 향한다.

그 모습을 그녀의 시선도 따라간다.


읽었던 책을 들고 그녀 자신도 모르게 그 아이들 뒤를 따른다.

그가 카운터로 잠시 사라졌다가 작은 책자를 들고 나온다.

겨울왕국의 엘사가 그려진 색칠공부 소책자를 두 여자 아이에게 건네며 그가 웃는다.


"너네 지난번에도 아저씨 말 잘 들어서 오늘 선물 주는 거다. 오늘도 다른 사람들 책 읽는데 방해 안되게 이쁘게 놀다가 가기.. 알았지?"


아이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가 주는 책을 받아 들고 까르르 웃으며 참새처럼 짹짹거리는 소리로 "고맙습니다" 합창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분명 아이들을 그렇게 능숙하게 다룰 만큼 나이가 있어 보이지 않는데 그의 그런 모습이 의아하고 멋져 보인다.

그는 차분하지만 밝은 목소리를 가졌다.

조금은 마른 체형에 니트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 그의 모습이 참 편안하다.

그런 편함을 매장 내에서의 사람들도 느끼는지 유독 그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같은 일을 하는 직원들과도 낮은 웃음소리로 자주 웃는 그의 모습에서 그는 어떤 성격일지 궁금해지는 그녀였다.





그대에게 다가가는 내 마음이 멈춰지질 않습니다.



그리고 2주 뒤 다시 찾은 서점.

그가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 있어야 할 그가 보이지 않는다.

그다음 주도... 그다음 주도...


대충 책 하나를 집어 들고

그와 함께 일했던 낯이 익은 점원의 계산대에 선다.

그리고 그녀의 차례.


"3700원입니다. 봉투 드릴까요?"


"아.. 아니요... 아.. 그런데요... 저.."


"네?.. 네.. 말씀하세요. "


그녀는 명찰에 씌어 있었던 그의 이름을 기억해 내었다.


"같이 일하시던 '권진홍'씨는 그만두셨어요?ㅎㅎ"



"아.. 아. 네... 그만두고 집 가까운 데로 옮긴다고 했어요. ㅎㅎ아.. 혹시 궁금하시면 연락처 드릴까요?"



"네?ㅎㅎㅎㅎ 아.. 아니.. 그러실 것 까지는..ㅎㅎㅎ 아.. 그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ㅎㅎ"


"네... 잠시만요.."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앞에서는 어색한 웃음이, 등 뒤로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가 자신의 핸드폰의 연락처를 열고 메모지에 그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적어서 그녀에게 건넨다.


"연락 한번 해 보세요. 제가 그 사람 친구예요.

참 괜찮은 녀석이에요. ㅎㅎㅎㅎ"


그녀는 갑작스러운 그의 호의에 당황했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메모지를 건네받았다.


그냥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은 그녀의 마음을 눈치챈 걸까?

그 남자의 친구라는 사람은 그 어떤 물음도 없이 재빠르게 연락처를 건넸고 사무적인 인사를 했다.


그녀는 감사하다는 말을 뒤로하고 서점을 나왔다.

그의 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한참을 바라보다 그녀의 휴대폰 지갑 속에 접어 넣는다.


'하아..... 내가 왜 이러지?

그 사람에 대해서 내가 뭘 안다고... 야!!! 이재희!! 너 왜 그래? 안 하던 짓하고? 네가 그럴 때야? 지금?'


그녀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렇듯 막무가내로 그를 찾는 자신이 너무 낯설고 두려웠지만 스스로의 마음을 제어할 수가 없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며칠 뒤 그녀는 송내역 전철역사 안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9월 중순의 후텁지근한 날씨에 5분은 견디기 힘든 불쾌감을 주었고 그녀는 역사 밖으로 나와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바람이 턱턱 막힌 숨길을 터주는 기분이 들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음료수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자몽에이드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대를 향해 걸음을 옮기다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https://youtu.be/tQhtGEqg8uk

그대가 그리워질 거라고 생각지도 못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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