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을 그대가 가장 두려워 했겠지?
나의 소중한 사랑이었던 그대.
나는 대답하지 못 했다.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는 그대에게.
잔인한 내가 아니라 잔인한 내 상황이라고 말해야 하는 거였지만 그대가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나도 다른 길이 없기에 받아 들이고
적응할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길이다.
비참하다.
참담하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나는 받아 들여야 한다.
견딜 수 있다.
나의 소중했던 그대도 없고
내 마음도 애미라는 이름 아래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면서 받아 들여야 한다.
앞으로 갈 수도 없지만
돌아서 도망칠 수도 없다.
영혼없이,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두렵지는 않지만 외롭고 힘들다.
아직까지는 내가 있으면 안 되는 시간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나는 살아갈 수가 있다.
살아 남아야 한다.
자아 분열하는 순간순간에서 정신줄 단단히 부여잡고 최대한 분열하는 자아의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
먹고 사는 일 앞에 숭고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
나?
나라는 존재는 사치다.
아직은....
그래...
여기!!지금!! 현실!!
당분간은 쌓아 올렸던 나를 무너뜨리자.
허물어 버리자.
내 존재감에 대한 절망을 잠시 쓴 독배처럼 받아 들이자.
마셔야 한다.
삼켜야 한다.
눈에 핏발이 서고 숨을 잠시 멈춰 세워서라도 삼켜야 한다.
이때까지 생존해 왔던 내가 있다.
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