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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Sep 03. 2020

인생에서 절대평가란 있을 수 없다

다시 일어설 때가 되었다

태풍이 지나가고 있는지 꽃잎을 흔드는 바람에 춤추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덥고, 습한 날씨에 예민한 나는 꼭꼭 창을 닫아 두었던 터라 오랜만의 떨어진 기온의 바람은 참으로 새롭다.  새삼 生이 가깝게 느껴진다.

죽음을 바라지는 않지만 늘 죽음을 생각하던 시간들... 그 또한 生을 소망하는 절규였을 테지만 끄적대는 여기저기에 그 어두움의 흔적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에게 삶은 버겁고 어두움이 많은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처절함으로 버텨내는 삶은 스스로가 예민하고, 겁이 많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높은 산이나 계단을 올라야 할 때 잠시 멈춰 서서 그 높이에 숨이 막혀하는 나처럼 삶은 내게 그러하였다.  오르기 전부터 숨이 막히고, 잔뜩 겁을 집어 먹었다.
가볍고, 쉬운 인생이 어디 있으랴마는 늘 내가 가진 용기와 힘의 몇 갑절은 더 필요로 하는 일에 휩싸여 다리가 휘청이면서 살았다. 버티고, 또 버티고...

하지만 이제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짐으로 덜어내고, 가벼워지기로 한다.
누구에게 잘했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내 선택에 비난이나, 이해를 구하고 싶지도 않다.

세상이, 타인이 멀어 보인다.
'왜'라는 질문이 자꾸 생기는 것을 보니 아직은 타인과 섞일 만큼의 에너지가 생기지는 않는 모양이다.

터무니없게도 누군가는 엄살이라고 했다.  그리 말한 그의 삶 또한 버겁고, 힘들 텐데 묵묵히 그 길을 감당해 내는 그를 나는 응원 했었다. 후일 그분의 사과를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였지만 쓰라린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
타인은 타인이기에 내 삶에 대한 체감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기에 그러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각자의 인생에서 타인에 의한 절대 평가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타인이 생각하는 내 상황이 쉽고, 간단해 보이더라도 그만한 능력이 부족하거나, 예민하거나, 겁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것이 태산처럼 커다란 부담과 두려움으로 보이는 것이다.

타인과 타인이 마주했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판단과 평가는 접어두려 노력해야 한다.  설령 그것이 거짓이고, 엄살이라고 하더라도 그 또한 두려움이나,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일 테니 아주 거짓말이나 과대포장이 아닐 가능성도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삶의 무게감이 느껴질 때, 그 무게에 짓눌려 숨이 막힐 때 타인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나에게 또한 마찬가지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시간에 비례해 타인과의 시간도 꼭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나 또한  겸손해져야 하고, 부드러워져야 한다.


넓어지고, 참아주고, 눈과 마음의 근육 힘을 풀고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봐 주어야 한다.


한 달여를 가족조차도 나를 무척이나 곤혹스럽게 하는 타인이었다. 물론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그 문제의 원인은 나였다.  그들은 항상 자신의 위치에서 항시 하던 대로 내 주변에 있었지만 나는 그들의 존재감조차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무균실에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서성이는 사람처럼 내가 있는 주변은 그 어떤 공기의 흐름조차 없이 철저히 혼자였다.

내 안의 면역이 바닥을 치니 모든 것이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꼈던 그 시간들에서 나를 보호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금은 창을 열어  햇볕도 내 방으로 들이고, 하늘하늘 불어 드는 바람도 내 방으로 모셨다.  태풍이 지나간다고 내게 말을 해 주듯 구름도 빠른 걸음으로 흘러가고 그 흐름에 해가 얼굴을 디밀었다, 숨었다를 반복한다.

모든 것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무채색이던 내 시간에 갑자기 색을 입히고 싶어 졌다.  어떤 밑그림을 그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색으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가장 좋아하는 색을 붓에 물을 적셔 섞어 보았다.

참 고운 빛이다.



그림을 모르는 사람에게 채색이 막막함으로 다 가오 듯, 인생이라는 그림이 갑자기 그렇게 막막하고 낯섦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시 멈춰서 내가 좋아하는 색을 콕 찍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다.  그 색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으로 흘러가고 그 색감을 느끼면서 마음이 밝아지 듯, 인생을 다시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게 되니까.

붓을 물에 적셔 좋아하는 색을 콕 찍어 보자.
지금부터 흘러가게 될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어떤 그림과, 어떤 색이 되었든 그것은 순전히 내 그림이다.  

그러니 이제 남의 눈이나 평가에 신경 쓰지 말고 내 그림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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