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 Jul 02. 2018

왜 책을 읽어야 할까?

나의 목소리를 내는 또 다른 방법

책을 읽는 것은 습관이라는 말, 나에겐 정말 맞는 말이다. 핸드폰을 몸에 지니고 다니듯 책도 지니는 버릇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한 건 세라였다. 그 때는 책 읽을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마음에 맞는 책을 사두기만 했지, 읽기는 커녕 쟁여두는 것이 버릇이 되었었다.


예전 회사에서는 한 달에 하나의 북클럽을 들어 함께 책을 읽고 그 책을 업무에 적용시킬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할 수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북클럽을 만들기도 했지만, 자주 접하지 않는 책을 읽기 위해 억지로 책을 사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 달이라는 기간동안 완벽히 다 읽은 책은 없었다. 많이 읽으면 절반정도를 읽고 그 기억에 의존한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고 나중에 읽으려고 했었다. 그리고 쉽게 그 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했고.


나만의 시간이 생기곤 오히려 쟁여둔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책을 집는 시간보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 동안 아껴놓았던 드라마나 영화를 몰아보는 것이 더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정말 잘 갔다. 그리고 책장을 정리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을 때쯤 읽다가 그마저도 잊혀진 책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하나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책을 정리해야겠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이면에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회사를 다닐 때부터 나는 나만의 글을 쓰고 싶었다. 짧은 호흡보다 긴 호흡의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온라인 마케팅에서는 정보가 들어있는 브랜드 영상 컨텐츠 기획을 원했다. 그에 반해 나는 블로그처럼 긴 호흡의 글로 브랜드를 알리고 싶었고. 시대를 역행하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있어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다. 그리고 있는 업무에서 또 다른 새로운 일이 생기는 게 두려웠던 것도 한 몫했고.


긴 글을 쓰려면 매거진에 들어갔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옆 자리 친구가 주말마다 에디터 수업을 듣는다는 얘길 듣고 솔깃했다. 에디팅이야 말로 하고 싶은 직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채용 페이지를 열었다가 내가 원하는 근무 시간이 아니란 이유로 창을 닫았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다면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나선 이렇게 주기적으로 글을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거, 참 나는 모순적인 인간이다.

그렇게 한참 책을 읽다가 다시 책을 내려뒀는데 또 다시 책을 들게 된 계기가 있었다. 며칠 전 당인리 책 발전소에 다녀왔는데 아담한 공간에 사장님이 모아둔 책 리스트와 한 마디씩 걸려있는 것이 참 보기 좋았다. 그치만 가장 좋았던 건 내 옆에 앉아있던 낯선 사람의 대화였다.


그 둘은 친구였는데, 처음엔 각자 고른 책을 읽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왓챠 어플을 켜고 서로가 그 동안 읽었던 책 목록과 그에 대한 감상평을 나누고 있었다.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고 큰 테이블을 나눠앉아있었기 때문에 매우 가까이 있어 대화 내용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그동안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저렇게 허심탄회하게 나눈 적이 있었나?”


아직도 나는 토론이 어색하다. 무엇을 주장한다는 것이 곧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임을 배우고 나선 쉽사리 말이 나가지 않는다. 실행력 100%의 패기는 이미 내려둔지 오래다. 그런 나에게 책에 대한 감상평을 나누는 사람의 대화가 새로웠을 수밖에. 그 날 이후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나도 나만의 주장을 견고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언젠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그 때만큼은 강하게 나의 주장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


이전 13화 내 인생 첫 번째 트라우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