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해소 아닌 해소

사실 나에겐 고치고 싶은 버릇이 있어

by 수리
사실 나는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있어
피가 나도 아픈 것도 모르겠어

언니의 말을 듣고 내 이야기 같아 손톱 끝을 한참 어루만졌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과거형으로 쓰고 싶지만 지금도 아차, 하고 보면 짧아져있다. 짧아지기 전에 뭐든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짧아지고 나선 스스로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엔.


손톱이 예쁘면 더 이상 물어뜯지 않겠지 싶어 네일 케어를 받으러 다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직접 관리하게 되었는데 그때가 아주 위험하다. 손톱에 휴식을 주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방심한 틈을 타 나도 모르게 짧아진 손톱을 마주하고 마는 것이다. 이 습관은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경고음과도 같은데, 막상 손톱을 보면 또 스트레스를 받아버리니 자책도 참 많이 했다.


그리고 올해는 또 다른 방법을 발견했다. 그 날은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가득해 동굴로 들어가 버리고 싶은 날이었다. 그런 나에게 퇴근길 날아온 메시지, "저 피어싱 했어요!" 예뻐서 시작했는데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버릇처럼 피어싱을 뚫으러 간다는 사람들의 말이 신기했던 나도 그 날은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난생처음 뚫어보는 연골에 피어싱을 하고 나서 깨달았다. 이렇게 보이지도 않는 작은 구멍인데 여기 하나 구멍 생겼다고 온 몸의 신경이 여기으로 쏠리고 있구나, 이렇게 스트레스 잊으려고 피어싱 하는 건가봐.

지금은 막혀버린 나의 피어싱

그리고 4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 조금 익숙해지나 싶었는데 갑자기 염증이 심하게 생겨 어쩔 수 없이 피어싱을 뺄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관리해볼까 싶었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왼쪽으로 누워 자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피어싱의 맛을 알아버렸으니 또 다른 곳도 뚫어보고 싶다. 이 다음에 스트레스가 폭발한다면 그 핑계로 또 다른 위치에 피어싱을 도전하게 되겠지.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고들 하니까.

어쩌면 술도 내가 만든 틀 중 하나겠지

지금에야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예전의 나를 되돌아보면 나만의 틀이 참 단단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손톱이야 또 자랄 텐데, 조금 아프고 조금 못생겼지만 그거보다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에 좀 더 집중할 걸 그랬다. 무엇 때문에 마음도 몸도 상하게 하는지. 피어싱을 하고는 혹시나 엄마가 속상해하진 않을까 싶어 한 달을 피해 다녔다. 우습게도 내 피어싱을 발견한 엄마는 혼내긴커녕 부러워했다는 게 아이러니.


언제부터 만들어 둔 나만 아는 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스스로 만든 틀을 깨닫고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싶다. 그런 틀 없이도 별 일 없이 살 수 있다는 걸 나 자신이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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