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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an 27. 2020

결혼식 주인공은 신부인가요?

4. 신랑 신부가 주인공인 결혼식을 꿈꾸며

 결혼 준비를 하며 제일 이해가지 않았던 것은 모든 게 신부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 누가 보면 결혼은 신부 혼자 하는 건 줄 알겠다 싶을 정도라 남자 친구는 우스갯소리로 “저는 ~신부님의 신랑이에요.” 로 소개했을 정도. 심지어 전화 예약을 해도 예비신랑의 이름으로 예약해도 ‘~신부님 신랑님 맞으시죠?’라고 물어보는 업체들에 결국 익숙해져 버렸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

 흔히 결혼식은 신부가 주인공이라는 얘기를 한다. 결혼은 둘이 하는 건데 왜 신부가 주인공이지? 어렸을 때는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결혼 준비를 하며 그 의미를 200% 이해했다. 우리나라의 결혼식 시스템은 신부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행사의 기획자이자 주체는 신부가 될 수밖에. ‘스드메’라는 웨딩 패키지에도 드레스라는 단어는 들어가 있지만 신랑 예복에 대해선 들어가 있지 않다. 메이크업&헤어도 사실상 남자는 15분, 여자는 2시간이 걸리니 결국 신부 중심, 신부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최대한으로 들으려 노력했다. 이 결혼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가 주인공이니까. 처음에는 남자 친구가 ‘자기 좋은 것으로 결정해요.’라고 할 때마다 우리 결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남자 친구는 신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무조건 따라주라는 선배들 의견을 따른 것이겠지만 나는 예비신랑의 의견을 함께 반영해서 우리의 결혼을 준비하고 싶었다.


 신랑 예복을 고르러 갔을 때도 대표님이 자꾸 나를 보며 설명하셔서 ‘저보다 입는 사람 의견이 중요하니까 신랑에게 설명해주시면 같이 참고할게요.’라고 했는데 그래도 쉽게 바뀌지 않더라. 메이크업 사전 상담 갔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남자 친구가 평소 자기 헤어 스타일을 잘 다듬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아티스트가 만지면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며 직접 하고 오는 걸 추천하셨다. 그럼 신랑 헤어 비용을 제외해주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이런 기회가 아니면 스타일리스트에게 받을 일이 있겠냐며 남자 친구는 헤어도 받겠다고 얘기했고 촬영 날 헤어 스타일까지 안 받았으면 메이크업 10분에 신랑 파트는 끝나버릴 뻔했다. (아쉽게도 남자 친구는 헤어스타일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한 건 사실이다.)


어차피 남들이랑 똑같은 결혼식인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며칠 전 기사 하나를 읽었다. 요새는 신부들도 대기실에서 하객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식장 앞에서 신랑, 혼주와 함께 인사를 하는 추세로 많이 바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결정하기까지는 많은 부딪힘이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우리도 처음 예식장 고를 때 신부대기실이 예쁜 것도 하나의 고려 사항이었는데 문득 결혼식 공장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신부 대기실 / 뒷 타임 신부 대기실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을 보고 뒷 타임 신부 대기실은 쓰고 싶지 않았다. 이런 결혼식 공장에 결국 순응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던 걸까.


 결혼식을 준비/기획한 사람은 신랑 신부인데 하객을 맞이하는 건 신랑이고, 대기실을 찾아오는 하객만 만나는 신부의 수동적인 역할이 나도 썩 반갑진 않다. 옷 갈아입는 시간에 짧은 결혼식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알기에 그냥 진행하는 수밖에.


 사실 나도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나의 결혼식 로망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빅과 캐리의 결혼식. 법적으로 단 둘의 결혼식을 올리고 끝나고 가족/친지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 앞으로 신부만 주인공이 아닌 신랑 신부가 주인공이 되고, 그들이 원하는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이 당연시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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