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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Jul 06. 2017

수화산 등산(북경)

2016년 마지막날 등산

12월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고 토요일이라 일년 산행을 마무리 하는 하루다.
이른 아침, 도시락 등을 준비하는 것은 번거롭고 성가신 일이다.
하지만 일단 참석하게 되면 운동과 함께 보람된 시간이 펼쳐 진다.
무슨 일이든 단단히 마음먹고 뭔가 꼭 해야 한다고 결심하면 실망이 기대 만큼이나 커진다.
그러나 마지 못해 또는 별 생각 없이 나간 곳에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오늘은 간단히 산행 하고자 했는데 뜻 밖의 아름다운 코스를 종주 했다.
금일 산행 여정은 이렇다.
회유구 서사도 들머리->얼음 계곡->바위 능선길->너무 많은 와송->야생 장생 도라지 채취->얼음호수->뒷풀이 등이다.


한참을 올라 가니 얼음 옷을 두껍게 입은 계곡이 미끄럼틀처럼 아래로 흘러 내린다.
밤이면 더욱 하얗게 빛나는 빙판에는 선녀들이 왁자지끌 미끄럼을 탈 듯 한 심산 유곡이다.


가지위의 새둥지는 몇년이 지났는지 이제 폐허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생명이 태어나고 자랐다.
 그들도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어디에선가 우리와 같은 삶을 이어 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보금 자리는 볕이 잘 드는 명당이다.
좋은 집터라 내년 봄 잘 보수 하면 산란하고 새끼 키우기에 더 없이 좋다.


대부분 능선을 타는 산행이라 덩그런 인물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다.
휴식때 마다 배낭을 정비하거나, 담소 또는 경치를 바라보며 산행을 즐긴다.


멀리에는 안개와 미세 먼지가 자욱하다.
이곳에서 따사로운 겨울 햇살을 맞으며 산행 중 망중한을 즐겼다.
북경 주위는 대부분 바위 산이라 깍아지른 절벽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하나 여기는 완만한 바위가 아래까지 펼쳐져 오르고 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점심 식사 후 능선길을 내려 오다 인증샷 한장!
산 아래는 미세 먼지가 많은데 여기는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
맑은 공기와 함께 운동 할 수 있는 등산이 이래서 좋은 것 같다.


미사일 바위!
평화는 이러한 강력한 무기로 방어 할 때 가능하니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개인도 약자는 때때로 곤란과 불안에 노출 되어 있지만 어쩔 수 없다. 모두 강자가 될 수 없으니!
하지만 현명한 처세술만 있다면 해결 될  수 있다.


하산길에 만난 산대추!
겨울산에 돋보이는 열매! 가을철에는 명함도 못내 민다.
하지만 모든 것이 황량한 이 산천에 홍조를 띈 딱 한개가 시선을 당긴다.
외롭지만 혼자라 더욱 빛나는 것은 세상의 이치!
이렇게 천연 빛으로 돋보이는 열정과 진정성에 가치를 두는 삶이 되어야 한다.


사욕구 호수!
작지 않는 크기에 주변에는 아름다운 별장과 감나무가 많다.
겨우 13센티미터 정도 밖에 얼지 않아 모여 서면 불안 할 정도다.
그러나 얼음 낚시 하는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구멍마다 삼매경이다.
추운 날씨가 얼음을 더 두껍게 키우면 눈먼 고기 사냥을 와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산과 호수를 다 접하는 산행이라 금상첨화다.


2016년 마지막 산행!
얼음계곡에서 겨울밤의 정취를 상상했다.
별이 쏟아지는 밤! 선녀 들의 미끄럼 타기 놀이를 생각하며 동심 세계로 빠져 들었다.
바위 능선에서는 등산화를 쩍쩍 붙이며 양쪽에 흩어진 경치를 쓸어 담았다.
겹겹히 쌓인 산과 나무! 그 위에 고요히 내려 앉은 겨울 햇살, 바삭이는 가랑잎!
그리고 마음에 흐르는 신년의 기대까지!
발아래 지천인 와송 줄기 하나 하나에도 눈길을 주며 한 여름날을 위해 찜했다.
눈 앞에 나타난 도라지는 언땅 위에 줄기를 꽃꽃이 세웠다.
심상치 않아 동료와 함께 캐어 보니 수십년 된 장생 도라지다.
맛을 보니 특유의 아린 맛은 없고 단 맛이 난다. 도라지 맛이 이럴 수가!
하산 후 얼음 호수 위에서 잠시 놀다가 가게가 딸린 식당에 들렀다.
뒷풀이로 라면을 직접 끓이고 중국반찬과 함께 술을 마셨다.
좀처럼 맛 볼 수 없는 장생 도라지를 으깨어 백주에 우려 보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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