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립 Dec 13. 2017

연화산 주변 산과 촌락 지나며!

등산과 트래킹

겨울이라 다들 외부 활동을 꺼려서인지 많지 않은 정예인원만? 산행을떠난다. 아직 어둠이 가지 않은 시간에 각자의 동선을 따라 하나 둘 모여 들어 차에 자리 한다. 징청고속도로 톨게이트 입구 하늘에는 구름에 걸친 회색과 붉은 빛이 조화를 이루며 겨울 아침을 만든다. 하지만 차 안에서는 저녁인양 다들 눈을 감고 달콤한 잠을 부른다.

들머리인 야오즈위(鹞子峪) 마을에 도착 했다. 웅덩이가 단단하게 얼어버린 날씨에 맞게 옷과 모자를 눌러쓰고 언덕길을 오른다.30분정도 산길을 따르니 나무 한 그루가 남다른 모습으로 우뚝 서 있다. 잎 하나 없는가지에는 까만 열매가 가득 달려 지나가는 새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물론 우리 눈에도 걸려들어순간적으로 고욤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철이 지나 주름진 할머니의 입처럼 쪼글쪼글 하다. 너도 나도 한 개씩 맛보니 곶감 맛이 난다. 단 맛은 빨고 마음내키는 데로 풋풋 씨를 뱉으며 오솔길을 걸으니 당분의 영향인지 산행의 시작이 가볍다. 새들도 이렇게쉽게 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한편으로 생각하니 남아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전방에는 멋진바위 산이 투구 쓴 모양으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뽐내듯 빛나고, 새로 심은 보드라운 밤나무는 겨울을견디느라 잔뜩 움츠렸다. 이런 경치를 따라 걷는 나는 대지의 기운을 받으며 몸 가득 생기를 불어 넣는다.


한 시간 넘게 걸어 소방도로 모퉁이를 지나니 시야는 한 없이 넓다. 낮은해발에도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니 신기할 정도다. 먼 하늘 아래 펼쳐진 산들의 곡선은 제멋대로인 것같지만 자연에 순응 했고, 중간에는 아무것도 없이 빈 공간만 가득하다.발 아래는 아름다운 마을 하나가 있는데 둘러싸인 산을 따라 소쿠리처럼 오붓하다. 거기에는사람과 사람, 동물과 사람이 자연의 혜택 속에서 행복을 만들며 살아 간다. 당나귀를 이끌고 바쁘지 않게 뒷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고, 아침 산책의무료함을 지나가는 우리에게 보내며 해소하는 이도 있다. 닭들은 둥지에 알을 낳고 가끔 겨울새가 외마디소리로 날아 간다. 봉황이 낳은 듯한 둥글한 큰 바위에는 왕천구(旺泉沟)라는 마을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곳 어딘가에 왕성하게 샘물이 솟아 날 것 같은 풍수 좋은 곳이다. 지나칠수 없어 탁 트인 배경으로 여러 장을 인증 하고 동네 중간을 가로 질러 또 다른 뒷산으로 오른다.

마른 풀이 덮여 있는 야산은 햇살 아래 남은 갈색을 털며 더욱 차가워 지는 계절로 든다. 그 위로 가끔 건조한 바람이 지나 가고, 매달린 상수리 잎은 이때에맞추어 겨울 소리를 낸다. 옴폭하고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는 곳을 지날 때면 배낭을 베게 삼아 사르르한 숨 자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어 발길을 이으니 광주리 같이 작은 마을이 산넘어온 겨울 볕을 가득 안고 찬 기운을 몰아 낸다. 조용한 공간에 퍼지는 개 짖는 소리는 마을크기의몇 배만큼이지만 사람 하나 지나가지 않는다. 시내에 그렇게 많은 인구를 이곳에 씨앗처럼 뿌리고 싶다. 다시 산을 돌고 오르며 언덕에 선 산우를 낮은 앵글로 찍기도 하고, 마른열매를 빨갛게 담아 내기도 하며 단순한 산행에 운치를 더한다.


더디어 눈앞에 나타난 익숙한 마을, 연경구의 황토량촌이다. 2년전 봄날 이 마을을 지날 때 돌배 나무에는 하얀 꽃이 피었고 벌들은 꿀을 빨며 야단법석이었다. 달래와 냉이는 밥상에 봄을 알리려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 갔다. 산에는진달래가 예단처럼 곱고 집 앞에는 키 큰 아가씨가 춘정에 겨워 배회 했다. 처녀는 시집을 갔는지 보이지않고 봄날을 기약한 꽃들은 땅속에서 조용하다. 다만 입구의 마른 가지에 쪼글쪼글한 싼자만 꽃을 대신해대롱대롱할 뿐이다. 이곳에서 잠시 방향을 잡기 위해 약간의 혼선을 격고 제대로 된 길을 따라 마지막힘을 내니 낙엽은 대퇴부까지 차고 숨은 턱까지 올라왔다. 등줄기는 뜨끈해지고 이마에는 땀이 흘러 겨울등산 기분이 든다. 고개 마루에 도착 하니 이곳은 연경현과 회유구를 경계하는 지역이고 하산 길이 이어진다.

마지막 종점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그런대로 잘 나 있는 길을밟으며 낙엽더미와 밤나무 숲을 지나면 된다. 돌배 나무에는 꽃대신 파란 순이 나 있는데 다름 아닌 겨우살이다. 낮게 달린 것은 딸 수가 있어 나무에 올라 난생 처음 채취 했다. 어찌나보드라운지 마치 봄날 새순 같아 데쳐 먹어도 될 것 같다. 그렇게 묘상 마을에 이르니 전방에는 산그늘이꼭대기를 향해 올라 가고 햇살은 붉은 기운으로 저녁을 준비한다. 산마을의 굴뚝에는 바람타지 않은 연기가평화롭게 올라 온다. 뒤뜰에는 따뜻한 겨울을 준비한 나무가 쌓여 있다.문득 생각이 드는데 혹시 황토량촌의 키 큰 그 처녀가 이곳으로 시집와 낭군을 위해 마른 솔잎으로 밥과 행복을 짓지 않나 하는 동화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 회유구 야오즈위(鹞子峪) 마을에서 출발-왕췌엔꼬촌(旺泉沟村)을 지나 이름 모르는 작은마을을 보며 연화산莲花山) 팔선묘를 지났다. 이어서 연경현황토량촌(黄土梁村) 길을따라 묘상(苗上)마을을 종점으로 산행 했다. 5개의 촌락을 경유하고 여러 개의 산과 고개를넘는 이 코스는 트래킹과 등산 그리고 사람 사는 정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재미있고 아름다운 길이다.




작가의 이전글 봉황타 겨울 산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