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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건

by 박율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는다.

나를 짓누르는 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여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

그리고 내가 아직 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생각.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세상은 나에게

하나의 꽃을 피우고

하나의 거름으로 사라지라고 말하지만,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내 과거는 부정적인 감정만 가득했지만,

나는 스스로 현실적이라며

그저 시간을 흘려보냈다.


가끔, 나만 아는 어두운 곳으로

스스로를 초대할 때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지금 이 순간처럼.


글을 쓸 때면, 나는 해방감을 느낀다.

풀리지 않던 마음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가는 것 같다.


그때마다 두서없이 눈물을 삼키며

글을 썼던 내가 참 순수했구나 싶다.


글을 적는다는 건

지친 나를 돌보는 일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누군가 내 글을 보고

감성적이거나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 순간,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어 참 기쁘다.


하루 종일 지친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는 것 같다.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나 자신마저도.


찰나일지라도,

나는 지금 해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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