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엔 어떤 생각이 담겨있는지 궁금하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힘든 점은 생각보다도 많았지만, 그중에서 단 한 개 만을 꼽자면 고양이와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동물이기 때문에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가끔은 간절히 파로에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라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많았다.
지금이야 같이 산지 7년째가 되어 분위기로 느껴지는 어떤 것들이 있지만, 그거 말고. 그냥 평상시의 대화 같은 것 말이다.
파로는 나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항상 날 쳐다보고 있거나 내 반경 2m 이내에 쭈그려 앉아 졸거나 한다.
같이 살다 보니 파로에게 적응해 버려서 긴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파로를 쳐다보지 않은 시간들이 많았다.
그럴 때 야옹, 하고 울어주면 가끔 쳐다보게 되었는데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라고 말을 해도 돌아오는 건 끔뻑거리는 예쁜 눈뿐이었다.
그냥 상상한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게 사람이 동물보다 유일하게 나은 점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파로가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얼마나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 있을까.
아니, 부부들끼리도 말로 갈등을 빚고 싸워 나가는데 파로가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싸우려나.
혼자 피식거리곤 한다.
고양이가 내는 소리는 참 귀엽다.
강아지들은 통상적으로 '짖는다'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고양이는 '운다'라고 표현한다.
그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가 사람의 '울다'라는 표현과는 완전히 다른 표현임을 알면서도 떼어놓고 생각하기가 힘들다. 고양이가 내는 소리는 사람의 그 우는 소리랑 비슷하기도 한 것 같아서 그런가 보다.
"야옹"
하는 우는 소리 말고도 고양이는 다양한 소리를 낸다. 특히 파로는 "엑" 하는 소리를 많이 내는데 가만히 있다가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으면 자주 내는 소리이다.
저 소리를 몇 번까지 내나 궁금해서 몇 번이고 쳐다본 적이 있는데 진짜 계속해서 "엑"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파로도 생명체이고 생각을 하는 존재이기에 본인이 내는 소리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우매한 내가 모를 뿐인 거고.
인터넷에 뒤져보면 고양이의 행동이나 울음소리의 유형에 따라 어떤 감정이고 어떤 의사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해석하는 족보 같은 것이 돌아다니는데, 같이 살다 보니 딱히 그런 게 필요 없긴 했다.
대충 밥그릇 앞에서 울면 밥이 없나 보다, 고로롱거리면서 울면 놀아줬으면 하나보다, 하는 우리 둘만의 해석 같은 것이 생겼고 나는 그런 파로의 보챔을 해결시켜 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묻고 싶은 게 있다.
지금 파로는 행복할까, 내가 더 해줬으면 하는 것은 없을까 하는 것이다.
동물들의 행동을 아무리 저명한 학자가 이렇게 저렇게 분석한들 그것은 그 동물 본인에게 직접 듣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골골거리는 소리는 고양이가 아프거나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소리라고 하지만, 뭐가 기분이 좋은지 앞으로의 걱정은 없는 건지 같은 것들은 물어볼 수가 없다.
이제는 퇴근 후에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중얼중얼거리면서 파로에게 내가 하루동안 겪었던 일들을 하소연하기도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것은 너의 하소연이다.
과학이 많이 발전하고, 세상이 점점 살기 편해지기 위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사람이 언어로서 듣는 날이 왔으면 한다.
오늘 아침에 네가 주고 간 사료가 양이 적어서 너무 서운했어,
그래도 오늘 저녁에 술 안 먹고 들어와 줘서 고마워 마침 배가 고팠거든.
그리고 밥 먹고 나서는 나랑 좀 놀아줄래? 하루종일 혼자 있었더니 몸이 찌뿌둥해서.
덧붙여서 다음 쉬는 날에는 나가지 말고 그냥 집에 있어주면 안 될까? 괜히 나가면 돈만 쓰고 피곤하지 않아?
참고로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안아주라.
같은 말들 말이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도 잘 듣고 이해해줬으면 한다. 나도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주자주 말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