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와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위해 그동안 못 읽었던 책들을 읽어보자 다짐했다.
그렇게 읽게 된 <말하자면 좋은 사람>. 드라마와 뮤지컬로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던 <달콤한 나의 도시>의 저자 정이현 작가가 쓴 11개의 짧은 소설로 이뤄진 책이다.
분명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왜 책장에 꽂아만 두고 외면했는지 잠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읽어야 할 운명인 것처럼 나에게 좋은 문장을 선물해 줬다.
목차와 단편소설 사이 간지에 기록된 한 문단의 글이 내 마음을 매료시켰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인지 소설의 주인공에게 하는 메시지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문장임에 틀림없다.
나는 당신을 잘 모르지만,
당신이 무척 섬세하고
강인한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들꽃처럼 당신은 잘 살아야 합니다.
나도 그러겠습니다.
정이현 <말하자면 좋은 사람 > 중
‘들꽃처럼 당신은 잘 살아야 합니다.’
이 한 문장에 와락 눈물이 났다.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의 불안함과 무섭고 슬픈 뉴스들로 가득한 2020년 봄,
지금의 나에게 외치는 것 같아 위로가 됐다.
거친 들판에 홀로 피는 들꽃처럼
타들어갈 듯 뜨거운 태양도, 쓰러질 듯 강한 비바람도 홀로 견뎌야 하는 들꽃처럼
삶에 휘몰아치는 태풍들을 이겨내고 우리도 잘 살아야겠다.
그렇게 다짐해본다.
처음 싹을 틔웠을 때 누가 알았을까?
그저 잡초처럼 보이는 초록의 풀이 그토록 섬세한 꽃을 피울 것을...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 모두 들꽃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닮았으면 좋겠다.
코로나19로 삶의 고비를 넘겨야 하는 이 순간에도 봄은 우리 곁에 왔고, 꽃은 피었다 졌다.
우리의 삶은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았는데, 자연의 시계는 계속 돌아간다.
그러니 우리도 잠시 멈춤 뒤 다시 뛰기를 소망해 본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꽃씨 하나가
황량한 아스팔트 그 갈라진 틈을 뚫고 들꽃을 피워냈다.
아무도 봐주는 이 없고, 이름조차 몰라 부르는 이 없어도
수많은 사람들의 발에 짓밟히겠지만 다시,
바람의 이끌림대로 또 어딘가에 꽃씨를 피우겠지.
순간순간 덮치는 인생의 파도에 넘어진다 해도 다시,
우리도 일어서리라.
그렇게 살아가고 살아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