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빨래 개키는 일이 귀찮아졌을까? 어렸을 땐 재밌다 여겼던 거 같은데.
그녀는 빨래를 개킨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내 방 어느 한 곳을 차지해 왔던 그 빨래를.
그리 예쁜 모습은 아니다. '칼 각'으로 개켜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나에게는, 그녀가 빚어 놓은 빨래는 흐리멍텅할 뿐이다.
화장실 선반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게 늘 시원찮았다. 흐리멍텅한 수건들 때문이었을까? 작은 움직임에도 풀어져 버리는 녀석이라면, 문이 오가는 길 어딘가를 막고 섰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수건은 골치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녀가 보는 앞에서, 드르럭 드르럭, 이렇게 저렇게 문을 여닫아 본다. 선반이란 녀석을 탐구하는 일은 지금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이사를 온 지도 몇 달이 지났는데.
저기 희미하게 낯선 녀석이 보인다. 생리대다. 생리대를 써 본 적도 만져 본 적도 없는데, 그게 바로 생리대라는 걸 나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녀를 탓하는 듯한 눈빛으로 말한다.
바로 이놈이었구만! 여기에 왜 이런 걸 뒀대요?
그녀가 말한다.
그거 제 거 아니에요. 저는 다른 거 쓰거든요.
신이시여,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