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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밀한필체 Oct 27. 2021

커피를 내리다

여덟 시간 정규 근무로

까맣게 볶은 응어리를

멧돌로 사각사각 갈아낸다.

끈적한 초콜릿 향이다.


팔팔 끓는 물로 가루를 적신다.

오늘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은

정원 초과로 물방울에 탑승해

쪼르륵 머그잔으로 낙하한다.


한입에 털어넣고 싶지만

초콜릿 향은 온데간데없이

입속에서 활개치는 씁쓸함에

한 모금 겨우 넘기기도 힘들다.


이번엔 잘못 내렸네,

내일은 괜찮겠지, 하며

하루의 찌꺼기를 털어버리고

침대에 누워 멀쩡히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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