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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른다섯에 찾아온 사춘기

괜찮은 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나는 나 스스로의 정신건강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친구도 많고, 연애도 했고, 결혼도 했으니까. 하지만 한동한 큰 목표였던 캐나다 영주권 취득이란 목표를 이뤄내고 삶이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올라섰을 때, 열심히 그곳을 향해 달리던 목표가 사라지고 나는 심한 공허와 삶의 권태를 느꼈다. 그동안 즐겨하던 모든 일들이 너무 지루하고 하찮게 느껴졌다. 


운동을 하루에 두 번씩 세 번씩 해가며 몸을 혹독하게 다루어 봤다. 책을 읽으면 답이 나올까 하여 책도 많이 읽어봤다. 하지만 그 공허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수도꼭지를 아무리 활짝 열어 물을 콸콸 틀어도 나의 욕조를 채울 수가 없었다. 잡히는 대로 집어 욕조의 구멍을 막아보려 했지만 꼭 맞는 제 짝을 찾을 수가 없어 물은 계속 셌다. 그리하여 나의 욕조는 항상 물로 충만하지 못해 공허했다. 나는 이때 뒤늦은 사춘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정작 사춘기를 겪어야 했을 때 나는 여기저기 눈치 볼 것이 많아 제대로 된 사춘기를 보내지 못했던 것이다. 나의 상처가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까지 애써 외면했던 나의 상처. 그러나 나는 어떻게 이 상처를 치료해야 할지 도무지 몰랐다.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그 결핍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일이었다. 그때 내가 그랬었구나. 힘들고 아팠었구나 하고 말이다. 그 외로움은, 상처는 어쩔 수 없이 계속 가져가야 하는 나의 것이다. 다른 사람을 원망도 많이 해봤지만 결국 모든 마음은 내 안에서 온 것이다.   


모든 일엔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그때를 지나치면 더 큰 값을 지불해야 한다. 어른들이 나이 또래보다 성숙한 아이들을 보며 부모가 복 받았네, 아기 잘 키웠네 등의 소리를 할 때 나는 마음이 아프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는 걸 이제 나는 알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부모가 아이에게 어릴 적부터 너무 많은 짐을 주었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이 빨리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함께 성장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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