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rty noodle Aug 26. 2024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구요

2024년 8월, <사랑의 기술>

사랑을 학습하는 데에도 더닝 크루거 효과는 유효한 것일까.


20대에는 손쉽게 정의할 수 있었던 사랑을, 경험과 나이가 쌓인 지금 와서 오히려 더 모르겠다. 정의하기 어렵다. 술을 마시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사랑이 무엇인지 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사랑을 불필요할 정도로 어렵고 무거운 것으로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초심자는 무지에 기대어 쉽게 여기고 고수들은 깨달음을 근거로 가볍게 대하지만, 어설프게 알아가기 시작한 중수들은 가장 유난을 떨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다시 펼쳐 읽었다. 몇 달 전 이 책을 펼쳐보았다가 가만히 다시 덮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술술 읽혔다. 고수의 관점에서 말하는 사랑을 간절하게 엿보고 싶었나 보다.


그렇다고 그의 관점을 무조건 수용하며 읽은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생각은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에 달려 있어 제각각이라는 사실, <사랑의 기술>이라는 유명한 책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에리히 프롬의 사랑에 대한 생각만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읽었다.


그래서인지 이 얇은 책 한 권을 읽는 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밑줄을 긋고, 다시 꺼내 읽고 싶은 구절들에 플래그를 붙이고, 마음에 걸리는 표현 하나하나에 원하는 만큼 머물렀다.


사랑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했던 사람, 중년이 되어서도 자신의 진짜 사랑을 찾기 위한 여정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랑과 그에 대한 기술은 충분히 시간을 들여 읽고 여러 번 곱씹어도 좋을 만큼 귀했다.


덕분에 나만의 언어로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그러한 사랑을 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갖추어야 하는지 그러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힌트를 얻었다. 그 공로로 이 책은 당분간 내 마음에 가장 가깝게 와닿아 있는 책 1순위에 자리를 잡을 듯하다.


나처럼 사랑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안고 있는 중수들에게 유튜브에 “사랑이 뭔지 모르겠어요”와 같은 키워드를 검색하는 대신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어볼 것을 강하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그래서 결국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강렬한 감정만은 아니다. 이것은 결단이고 판단이고 약속이다. 만일 사랑이 감정일 뿐이라면, 영원히 서로 사랑할 것을 약속할 근거는 없을 것이다. 감정은 생겼다가 사라져 버릴 수 있다. 내 행위 속에 판단과 결단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내가 이 사랑이 영원하리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질투와 부러움 사이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