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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세아르 pasear Oct 20. 2020

이맘때 즘이면 네 생각이나

3단계 내적 치유기

객관적 사실 :

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고 호박전을 부쳤다.

2. 밥을 먹고 창밖을 몇 분간 무심히 쳐다보았다.

3. 노트를 찾기 위해 온 방을 찾아다니며 구석구석 뒤졌다.

4. 대전 사는 희진이가 집 앞 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죽을뻔했다고 했다.

5. 친구가 인천으로 대하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주관적 견해 :

1. 아침에 일어나서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지난주에 사두었던 호박이 보였다.

그대로 두다간 썩을 거 같아서 부랴부랴 계란을 풀어 호박전을 부쳤다.     


2. 창문을 열고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1년 전 이맘때가 떠올랐다.

그날도 이 정도의 화창함이었고, 비슷한 공기였던 거 같은데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우리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쯤 되면 연락 한번 올 만도 한데... 

이 정도면 내 생각이 날 만도 한데...

그의 단호함에 서운하기도 했지만, 뻔해야 될 순간에 뻔하지 않는 이런 진중함이 진정성 있어 보여 좋기도 하다.

      

그날, 만약에 내가 붙잡았다면 우리는 많이 달라졌을까? 

이렇게 오래 그리워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쉽게 놓아버릴 수 있었을까?

들을 수 없는 대답을 오늘도 나는 물어보게 된다.

문득 진하게 투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 졌다.       


3. 무언가를 찾으려면 온 방구석 구석을 뒤지며 찾는 게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짜증을 넘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4. 대전 사는 친구가 어제 자신이 죽을뻔했는데, 왜 안부 연락을 안 했냐고 물었다.

그제 서야 알았다.

내가 뉴스를 안 보고 산지, 몇 달이 지났다는 것을...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5. 친구가 대하를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순간 ‘대하가 뭐지?’ 멈칫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볼까 잠시 망설였다가 이 나이에 물어볼 질문은 아닌 거 같아서 참았다.

역시나 물어보지 않은 일은 참 잘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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