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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세아르 pasear Oct 19. 2020

살면서 배알이 뒤틀릴 때

3단계 내적 치유기

아마도 화이트데이 무렵이었던 거 같다.

버스 차창 밖으로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커플과 손에 들고 있는 꽃다발이 한눈에 들어왔다. 

꽃다발이 풍성하지 않은 것을 보면, 꽃과 함께 다른 선물도 받았을 거 같고...

손을 안 잡고 서 있는 것을 보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 같기도 하고..

여자가 한껏 멋을 부린 것을 보면, 스페셜 한 데이트를 보낼 예정인 듯싶었다.     


아마도 저들의 연애를 기승전결로 분류한다면 '기'에 해당할 거 같았다.

매일이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고, 그런 날들이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나날들...

언젠가는 식어버리는 순간이 오겠지만, 다른 상상은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오직 서로에게 몰입되어있는...     


나에게도 그런 떨림의 순간이 있었다.

이제는 혼자 남아 있다는 현실보다,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 같은 슬픈 예감이 순간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배우자 기도는 개나 줘버리라는 혼탁한 마음과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그 와중에도 옆자리의 남자가 신경 쓰였던지 한껏 벌리고 앉았던 다리를 조신하게 다물었다.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좁은 공간에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잠시 복식 호흡을 했다.

배알이 뒤틀리는 것을 보니 부럽긴 부러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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