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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세아르 pasear Oct 23. 2020

나의 남사친 관찰 기록일지

4단계 안정기

'세수를 하긴 할까?

머리를 감긴 감는 걸까?'     


매번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뇌던 의문들이었지만 한 번도 물어본 적은 없었다.

노총각 특유의 살 냄새가 안 나는 것을 보면 분명 샤워 정도는 할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화 도중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짜듯이 쓸어 올리는 습관이 있는데, 생각보다 두피 관리도 잘되고 있는 듯 보였다.

건조한 가을 날씨에 메마른 비듬이 없다는 것은, 머리를 주 5회 이상 감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 해당된다;;)    

  

그런 그가 묵혀놓았던 글을 모아서 독립출판으로 책을 낸다고 한다.

생긴 거와는 다르게 부지런한 모습에 또 한 번 놀랬다.

말이 너무 느리고 답답했기에 게으를 것이라는 선입견은, 말 그대로 선입견일 뿐이었다.

심지어 말의 내용 또한 재미없고 지루한지라, 책은 읽지도 않은 채 따분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모든 나의 예상은 어처구니없이 빗나가 버렸다.

선물 받은 책을 ‘라면 받침으로 쓰기에 좀 얇지 않은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었는데, 정말이지 괜한 걱정이었다.     

이렇듯 반전 매력이 넘치는 남자 

하지만 갖고 싶지는 않고, 살면서 가끔 보고 싶은 남자라는 결론을 내리며 관찰을 종료하려고 한다.   

  

관찰 결과 ; 샤워도 남몰래 종종 하는 거 같고, 의외로 깨끗하고 부지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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