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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세아르 pasear Oct 22. 2020

하루 종일 나에 관한 트루먼쇼

4단계 안정기

객관적 사실 :

1. 일어나자마자 친구와 장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긴 시간 동안 나는 두 끼의 식사를 해결했고, 그녀는 3-4번 정도 변기 물 내리는 소리를 적나라하게 들려주었다.

2. 매주 월요일은 종로에 볼일을 보기 위해 간다.

3. 버스에 내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낯선 남자들이 짐을 옮기고 있었다.

4. 말없이 앉아있는 민석 오빠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주관적 견해 :

1. 친구에게 그동안 내게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몇 시간에 걸쳐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그녀도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린 그동안 서로에게 너무나 목말라 있었나 보다. 

목이 쉬어 터질 정도로 이야기할 게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2. 츄리닝에 남색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집을 나섰다.

그래도 시내 가는 길인데 너무 남루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큼 그들이 편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3.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남자들의 흠뻑 젖은 땀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사내들의 땀 냄새에 살짝 흥분됐지만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새침하게 계단을 올라갔다.

그들은 알까? 내가 잠시 변태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4. 민석 오빠가 근심에 빠진 듯 생각에 잠겨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세요?" 

어차피 들을 수 없는 대답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바보같이 매번 물어보게 된다.

궁금해서 묻기보다는, 물어봐 줘야 할 거 같은 느낌이 올 때가 있다.

내가 지금 당신의 근심에 개입하고 싶다는 일종의 관심 표현이랄까...

가끔 누군가의 별거 아닌 관심이 쓸쓸한 인생에 위로가 되어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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