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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나비의 책공간 Mar 23. 2019

[소설] 기시 유스케 : 푸른 불꽃을 읽고

기시 유스케&푸른 불꽃&독후감

푸른색 RGB(0, 153, 255)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맑고 선명한 색. 영어에서는 우울하다는 느낌으로 사용한다. 파랑은 시원한 느낌이 드는 색깔이지만 온도가 높을수록 청색에 가까워진다. 그래서인지 라이터 붉은색 불꽃이 손을 스치는 게 푸른색 가스레인지 불꽃에 대이는 것보다 뜨거운 것 같다. 예전에 불교에서 들었는데 푸른색 불꽃은 냉정해 보이지만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릴 때까지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것을 태울 때까지 멈추지 않는 푸른 불꽃, 그렇다면 끊을 수 없는 인연도 태워버릴 수 있을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래서인지 좋은 일도 있고 지지고 볶고 하면서 정을 쌓는다. 다만 피는 물보다 진하기에 끊어버릴 수 없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만약 가족이라는 족쇄가 나를 얽매이고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인공은 엄마와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고등학생 1학년이다. 사이클 자전거를 타고 30 분타고 전철을 타면서 등교를 한다. 성적도 전교 10위권 안에 들고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성실하고 똑똑한 학생이다. 게다가 미술부도 해서 그림도 잘 그리고 썸 타는 여자 친구도 있다. 그런데 술집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진이나 보드카를 1주일에 한번 술을 주문하고 얼음에 타마시면서 긴장을 풀면서 잔다. 이런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서 불협화음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피로 이어진 이혼한 아버지다. 그 아버지는 이혼했지만 여전히 집안에서 같이 방안에 살고 있다. 주중에는 집에 있는 사케와 안주를 방에서 마시며 티비를 본다. 주말에는 집에 있는 돈을 뒤져서 경마장을 가는 삶을 살고 있다. 


술과 사케를 마련해두고 집에 돈을 마련해두는 정도면 그냥 참고 견딜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여동생을 겁탈 시도하고 집에서 나가라고 하면 양육권으로 협박을 한다. 주인공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혼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를 찾아가지만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점점 불협화음이 심해지면서 가정은 점점 일그러진다. 주인공은 이 불협화음을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푸른 불꽃으로 제거한다. 그러나 주인공의 살인 장면을 본 친구가 주인공을 협박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자식, 그 자식을 기른 가정, 만약 이 정보가 밖으로 나가면 가족은 풍비박산이 날 것이다. 친구도 제거했지만 경찰의 의심을 사고 결국 모든 범행을 걸린다. 자신의 범행이 드러나면 남은 가족들 신상이 털리고 비난받을까 봐 자살을 하는 걸로 소설은 끝난다.


소설을 읽고 나서 가족이란 제도를 다시 생각해봤다. 위키백과에 찾아보니 가족(家族)은 대체로 혈연, 혼인, 입양, 친분 등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일상을 공유하는 집단, 일상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법률적으로 혼인 도장 찍어두면 가족이다.  예전에는 가족 내에서 폭력과 폭언 무시가 일어나도 별로 크게 상관을 안 했다. 지금은 we class나 가족상담이 늘어나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에 여전히 우리 엄마, 아빠를 죽여주세요가 올라오고, 이혼한 부모가 아이들 앞에 있는 유산을 찾아갔다는 기사와 팟캐스트가 여전히 들린다. 이런 것을 들을 때마다 나는 내 안에서 어떻게 세상에 이런 금수가 있나라는 분노가 끓어오른다. 조금 더 결혼, 인권 같은 사회제도가 법적으로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제도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인공이 자살한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아버지를 살해한 자식, 그 자식을 기른 가정이란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살했다. 주인공이 잘했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못 말하겠다. 다만 주인공 가족들이 비난받는 게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주인공 가족들은 그저 같은 밥을 먹고 잠을 잤을 뿐인데. 단지 집안에서 가해자를 배출했다고 집안내에 빨간 압류 딱지를 붙이는 게 올바른 행동이 아니다. 피해자 가족, 가해자 가족 그저 같은 가족관계에 불과할 뿐인데. 이런 주제를 다룬 소설과, 피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이 자식 교육 잘 못 시켰다고, 당할만한 애니까 당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몸에서 푸른 불꽃이 타오른다.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는 푸른 불꽃, 다만 푸른 불꽃은 관계없는 사람과 사회까지 태워버리니. 어떻게 하면 이런 기사를 덜 볼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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