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교대 근무하면서도 주 5일 운동
쉽게 지치는 편이라 건강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방에서 홈트레이닝 영상을 따라 했다. 유튜브가 이렇게 까지 성장하기 전이었던 2010년대 초반에는 인터넷에서 "빌리 부트 캠프" 시리즈를 다운로드하여 집에서 운동했고 좀 더 유연해지고 싶고 몸 선을 다듬고 싶어 대학생 2학년 때부터 집 근처 요가 스튜디오에 등록해서 매일 갔다. 헬스장은 지루해 보였고, 다른 운동은 딱히 떠오르지 않아 요가를 시작한 것인데 그곳은 시간대가 다양해 언제든지 가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꼭 맞았다. 또한 여러 가지 운동프로그램들(소도구 필라테스, 보수, 플라잉 요가 등)을 운영해서 재미를 붙이기 좋았다. 그러다 보니 한 곳에서 거의 7년 가까이 수업을 들었고, 나중에 보니 장수 회원 중에서 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열심히 출근도장을 찍었는데 예를 들어, 나이트 출근 전에 저녁에 가서 운동하고, 다음날 퇴근 후 오전 10시 20분 수업을 듣고 씻고 집에 와서 잠들었다. 대부분 퇴근하면 집에 오전 9시쯤 도착하여 수업시간까지 애매하게 빈 시간이 생기는데 이때 혹시나 수업에 빠질까 봐 부모님께 반드시 깨워달라고 부탁드리고 쪽잠을 자다가 부리나케 수업에 갔다. 한 번은 요가의 마무리 동작인 "송장 자세"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놀라서 깨어나 보니 스튜디오에는 나 혼자 덩그러니 무릎담요가 덮인 채로 시계가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원장님께서 웃으시면서
"쏠레 씨 또 씨, 너무 피곤해 보여서 일부러 안 깨웠어요."
라고 하셔서 멋쩍게 집으로 귀가했다.
고백하건대 유연하지 않았고(체력장의 유연성 테스트에서 -15cm), 운동에 재능이 있거나 하다못해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아니었다. 언제나 운동가는 시간이 오면 매번 가기 싫다는 마음이 더 앞섰다. 그러나 확실한 건 운동을 하던지 하지 않던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고 막상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을 더 유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편하고자 하는 본능에서 승리함으로써 얻는 수확은 꽤 흡족했다. 서서히 몸이 유연해졌고, 체력도 점점 키워져서 병원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병가로 결근한 적이 없었다. 가장 큰 기쁨은 누가 알아채고 칭찬해주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세운 약속을 지켜나가는 노력이다. 피곤함 견디고 매일 갈 수 있었던 것은 병원과는 달리 늘 건강한 기운이 흐르는 그 공간이 좋았다. 뾰족하게 날 선 직장에서 퇴근해 지친 나를 일으켜주는 곳, 참 역설적이게도 나의 에너지를 온전히 쏟아부으면서도 힘을 얻어오는 곳이었다.
여러 가지 운동을 거치며 차곡차곡 쌓았던 습관을 바탕으로 지금은 집 근처 크로스핏을 하러 간다. 주 6일에 걸쳐 고강도 운동에 몸이 적응하느라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무게를 올려가면서 이전 운동과는 다르게 근육도 더 빨리 붙어 재미뿐만 아니라 장시간 책상에 앉아있어도 피로감이 덜하다. 만일 내가 30대부터 갑자기 운동하겠다고 했으면 중도에 포기하거나 그 가치를 몰랐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육체활동은 모든 것들이 나에게 모질게만 구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던 아주 연약한 시절에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매일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