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알게 되면 사랑한다.
아이에게 제대로 그림책을 읽어준 건 대략 2년 전부터였다.
책의 중요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첫째 아이에게도 자주 읽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회사에 다녔을 때는 퇴근하고 난 후 기진맥진해서 그림책 한 권도 다 읽기 전에 눈꺼풀이 감기는 바람에 뭐라고 제대로 읽어줬는지도 가물가물한 때가 많았다.
제대로 그림책을 읽어준 건 회사를 그만두고 둘째 아이가 그림책에 조금씩 관심을 가질 때쯤인데..
아마 둘째 아이가 4살 정도부터는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읽어주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은 엄마의 숙제 같은 느낌이었다.
그림책을 만든 작가선생님께는 참 죄송한 말이지만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머리로는 딴생각(내일 아침밥 뭐 차리지? 내일 할 일이 뭐였더라?)을 할 때도 많았다.
어찌 되었든 매일 자기 전에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에게도 당연한 일과 중 하나였는지 항상 자기 전에 책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 그림책을 읽어준 지, 어느덧 2년이 지나 이제는 3년 차가 되어 간다.
계산을 해보면 피곤하거나 너무 시간이 늦었을 때는 1-2권, 내가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보통 3~5권의 책을 매일 읽어주었으니(하루에 평균 2권을 읽어줬다고 하면)
2년 동안 1460권이 넘는 그림책을 읽어준 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다.
그림책을 읽어준 지 대략 2년 정도가 넘어가니..
아마 천 권이 넘는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니 그림책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숙제처럼 읽어주던 그림책이 점점 내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림책 내용이 내 마음에 와닿으면서 공감이 되고 심지어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울렁거리기도 했다.
이제야 그림책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림책을 제대로 보며 읽어보니 더 재미있고 마음에 닿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매일 가까이 있어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로는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존경하는 최재천 교수님의 '알면 사랑한다'는 말씀이 이제야 와닿는다.
이제는 아이에게 읽어줘야지 하는 생각보다 내가 먼저 나의 마음과 닿고 싶어서 그림책을 펼쳐보게 된다.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에 먼저 읽어보고 싶어 읽다가 눈시울을 붉힌 적도 있다.
그리고 한 권을 읽어도 책 표지를 쫙 펼쳐서 보는 재미도 알게 되었고 책 속의 그림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매력도 있다.
어느 그림책인지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림책을 그린 작가 선생님도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그림책의 매력에 빠졌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이렇게 매력적인 그림책이었다니..
이제 나는 피아노에 이어 그림책도 내 마음속 사랑이라는 주머니 속에 담아두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