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캐나다 학교 보내기

"1월20일"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특별한 날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1월20일이 그 날이다.


1월20일은 처음으로 와이프를 만난 날이기도 한데, 공교롭게도 우리 아이들이 캐나다 학교에 처음 입학한 날이기도 하다.


더욱이, 처음 예상과 달리 아이들이 캐나다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데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캐나다는 한국보다 업무처리 속도가 빠르지 않을 뿐더러, 적극적으로 "HELP ME"를 외치지 않으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캐나다에 온지 일주일 정도 지나서 'new comer centre'라는 곳에 아이들 입학관련 서류를 온라인으로 보내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열흘정도 지나고나서야 조바심에 직접 연락을 해보았는데, 이메일로 문의사항을 보내면 답을 주겠으며, 연락처를 남기면 call back을 주겠다는 말만 흘러나왔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예약없이 건물에 직접 찾아오면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 줄 수 없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연락처를 남기고 이메일로 문의사항을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call back은 오지 않고 이메일은 검토중이라는 형식적 답변만 왔다.


이러한 일을 계속 겪으니 이렇게 기다리다간 아이들 학교를 언제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나중에 알게 되 사실이지만 'new comer centre'는 정부의 산하기관으로 여기에 서류를 넣으면 언제 연락이 올 지 모르고 통상 district office에 서류를 넣어야 업무처리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제 캐나다의 업무 스타일을 알았으니 두번은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district office에 막무가내로 직접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해보기로 하였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우리는 구글맵을 이용해 근처 district office를 검색하고 차를 몰고 직접 찾아갔다. 이제 이메일이나 전화 따위는 필요없다. 우리 아이들의 캐나다 학교 입학을 위해 바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약 20분간 차를 몰고가니 건물이 나타났고, 우리는 너무나 용감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담당자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너무나 흔쾌히 이메일을 보내주겠으며 내일부터 학교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해주었다. 순간 이렇게 쉽고 빠르게 될 수 있는 것을 왜 우리는 그 고생을 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제대로 들은게 맞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와 이메일을 확인하였는데, "under review"라는 문구가 들어왔다. 내일부터 학교를 보낼 수 있다고 했는데, 검토 중이라니... 순간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혼란은 잠시뿐이었고, 우리는 다시 외쳤다. " 내일 또 가보자"


"지금 만나러 또 갑니다"


두번째 방문한 이 곳에서 우리는 어제와 달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어제 안내해주신 분께서 어제는 실수였고, 코로나 때문에 원래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으니, 건물 정문으로 가서 전화를 하라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었으나, 우리는 시키는대로 정문으로 가서 전화로 사정을 다시 이야기하였다. 역시 이메일로 회신을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말 캐나다에서는 학교 보내는 것도 왜 이렇게 어려운건지. 처음에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아이들 학교 입학문제는 입학원서만 관련 기관에 보내면 자연스럽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더디게 진행되는 캐나다 시스템을 이해하고 나서야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 학교에 갑니다"


다음날 온 두번째 이메일에서 드디어 원하던 답변이 왔다. 학교에 연락을 했고, 내일 학교에 가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조금 있다 학교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언제부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냐고 물어봤다. 우리 부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tomorrow"라고 이야기했는데, 당시에는 기쁜 마음에 그렇게 대답하였지만, 여기 캐나다는 급식 시스템이 아닌 간식, 점심을 모두 부모가 준비해야 하기에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성급했던 것 같다. 아무튼 급하게 그 날 저녁에 근처 walmart에 가서 도시락통, 간식통, 반찬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인 1월20일 아침 드디어 아이들과 학교를 방문하였다. 교장선생님한테 간단한 학교 소개를 듣고, 아이들을 교실로 떠나보내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그 동안의 고생도 고생이거니와 아이들이 잘 적응할지 걱정되는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IMG_1847.jpg <전교생이 200명 정도 밖에 안되는 조그마한 학교인데, 건물이 모두 단층인게 인상깊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들.. 한국과 캐나다는 시스템이 많이 상이하기에 아마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거라는 것도... 하지만 그때마다 이번처럼 지금 만나러 간다는 심정으로 용감하게 부딪치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정신이 로그아웃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