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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에는 후크선장도 있다

캐나다에서의 학교생활

다행히 우리 가족은 처음에 캐나다에서 웬디 같은 존재를 만났다.



큰 아이와 같은 반 한인 친구 가족이 우리에게는 그런 존재였다.


그 아이의 가족은 이미 캐나다 4년 차의 삶을 살고 있어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참고로, 캐나다는 학교에서 이벤트도 많고, 필요한 준비물도 다양하다.

그런데, 그런 준비물을 구해오는 것은 모두 학부모의 몫이다.

학교에서는 최소한의 것만 준비해 주지 나머지는 모두 학부모들이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더욱 도움이 절실하다.

그런데, 그 가족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좋은 친구, 좋은 이웃이 생겼다.

아이에게 학교에서 어땠는지 물어봐도


"캐나다 학교 괜찮아. 선생님도 좋고, 친구들도 좋아"


항상 아이의 대답은 같았다.

우리는 조금은 안심되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잘 적응해 가는 것 같았다.

<캐나다 학교는 운동을 정말 중요하게 여겨 학교수업에 운동시간이 많다>


어느 날 큰 아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을 열어 본 아내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큰 아이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이 왔어"

"무슨 일인데"

"아이가 통제를 따르지 않고 무례하다는 거야. 그리고..."

"그리고...?"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는데"

"응? 우리 아이는 우리에게 항상 아무 문제없다고 이야기했잖아"


나에게는 조금 충격이었다.

아이는 캐나다학교, 선생님, 아이들이 좋다고 그랬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다.


우리는 아이가 집에 돌아온 후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어?"

"아니 없는데, 오늘도 너무 좋았어"


그렇게 말하는 아이의 눈을 보며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런 메일의 내용을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고...


"난 잘못한 거 없어"

"왜 이제까지 아무 일 없다고 그랬어?"

"난 정말 아무 일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결국, 우리는 큰 아이 친구 부모한테 무슨 일인지 물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들은 이야기는 좀 충격적이었다.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해도 아이는 계속 자기 하던 일을 하고, 그것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화를 낸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몇 년 전에도 들었다.

한국에서 사립학교를 다닐 때 담임선생님한테 들었던 이야기다.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담임선생한테 아이가 ADHD라는 것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면담시간을 잡고, 우리는 담임선생님한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담임은 우리 이야기를 듣더니, 캐나다에 그런 아이를 위한 의료시스템이 있으니 그걸 활용해 보라고 말을 했다.

우리 부부는 우선 알았다고 했지만, 캐나다는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의를 만나는 건 우리 같은 워크퍼밋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한테는 너무나 힘들 일이었다.


"그래도 우리 아이가 ADHD라는 것을 이야기했으니, 조금은 배려해 주겠지"

"그럴까?"

"그럼. 캐나다잖아. TV에서 보면 백인들 그런 건 잘해주는 것 같더라고"


우리는 그걸 믿었다.


그러나, 우리는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멀지 않은 시점에 또 받았다.

'약 안 먹였냐'는 내용만 더 추가되었다.


그때야 깨달았다. 

여기도 비슷하다는 걸.

<캐나다학교는 한국학교에 비해 이벤트가 많다>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우리 가족은 계속 네버랜드 같은 곳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한 가지 간과한 사실!


네버랜드에는 후크선장도 있다는 것


그렇다.

어디든지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캐나다의 선생들은 정말 냉정하다.

룰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그게 ADHD를 가진 아이이든 어떤 아이이든

철저하게 자신의 틀에서 배제시킨다.


그냥 무시해 버리고 신경을 안 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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